국회 국정조사특위의 한보청문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특위는 鄭泰守(정태수)한보 총회장이 실어증세를 보임에 따라 오늘로 예정된 그의 청문회 일정을 취소하고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지난 40여일간 현장방문과 14개 보고대상기관 조사에 이어 증인 38명을 신문했던 특위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치소 청문회까지 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청문회에 대한 회의와 아쉬움만 남겼다.
특위의 당초 목표는 6조원 가까운 한보특혜대출의 외압실체와 각종 비리, 그리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국정 및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을 파헤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증인들의 불성실한 증언, 특위위원들의 준비부족, 현행 청문회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결과적으로 변죽만 울리고 끝났다. 특히 정씨와 현철씨 등 핵심증인들이 부인(否認)과 모르쇠 작전 일변도로 나와 비리의 「몸통」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켜 놓았다. 굳이 성과를 꼽는다면 정치인 30여명을 줄줄이 조사받게 한 「정태수 리스트」가 나왔고 한보 비리가 단순한 금융사고가 아니라 기업 금융 정치권의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설로만 떠돌던 현철씨의 국정개입과 비리의 윤곽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청문회가 끝난 지금 최우선 과제는 특위가 파헤치지 못한 각종 비리의혹을 검찰이 맡아 규명하는 일일 것이다. 동시에 정치권으로서는 무용론까지 나온 국회청문회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과거 5공청문회 때는 그냥 흐지부지 지나갔으나 이번만은 잘못된 점을 분명히 고쳐놓고 넘어가야 한다. 마침 국회는 운영위원회에 「국회청문회제도 소위」를 설치해 현행 청문회제도의 미비점과 문제점에 대한 보완 시정 작업에 나섰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위증이나 증언거부가 있어도 여기에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허점부터 고쳐야 한다. 그러자면 처벌법을 강화하고 특위위원들이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일정한 수사권 및 정보권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야는 현재 위증고발대상자 선정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으나 앞으로는 구태여 그런 논란없이도 해당자에게는 자동적으로 법적용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필요할 경우 증인에 대한 형사면책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특위의 인력 장비 확충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朴錫台(박석태)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사건을 교훈삼아 증인에 대한 인권보호장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치권은 실체적 진실규명보다 또한번 정치적 공방과 말잔치로 끝난 이번 청문회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여야는 이번과 같은 청문회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