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해외원정 도박, 지금이 어떤 때인데…

  • 입력 1997년 4월 30일 19시 54분


▼올 1.4분기중 경상수지 적자는 79억4천만달러로 분기기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경상수지 적자는 상반기중에만 1백25억달러, 연간으론 2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외환보유고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말 3백32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말 2백91억달러로 석달사이 41억달러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 권고치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외채가 늘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 외환위기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경상수지적자 지속→외채 확대, 외환보유고 감소→경제신용도 추락→자본유출→금융공황→경제파국에 이르는 것이 외환위기의 과정이다. 우리 경제가 그 구조나 잠재력에 있어 94년 멕시코경제보다 건전하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우리는 지금 한푼의 외화라도 아껴써야 할 처지다. 소비생활 건전화도 남의 일만이어서는 안된다. 민간단체 중심의 소비절약운동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의 신(新)국채보상운동이 각계 각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관광객 1천여명이 필리핀의 한 카지노에서 1백51억원을 탕진한 뒤 도박빚을 갚기 위해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사실이 경찰수사로 밝혀졌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작태인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일부 계층의 도박관광이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나 최근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다. 해외원정 도박은 당사자의 패가망신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망신이며 국민경제를 좀먹는 범죄행위다. 그들이 외국에서 노름으로 잃어버린 외화는 국내에서 흥청망청 써대던 원화가 아니다. 경찰은 온 힘을 기울여 마닐라뿐만 아니라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한국인 도박관광을 뿌리뽑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