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마주보기]「봄날은 간다」

  • 입력 1997년 4월 28일 08시 43분


웃음치는 눈꼬리가 너무 길다. 치렁치렁한 분홍 치마를 살랑대는 교태는 지나쳐 촌티가 난다. KBS2 미니시리즈 「봄날은 간다」는 그렇게 시작됐다. 경기도의 한 작은 마을이 새로 온 다방마담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겪는다. 남자들은 미모의 마담에게서 눈을 뗄줄 모르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편 단속하기에 바쁘다.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 오자마자 마을사람들을 사로잡은 마담 언향(이휘향)이 28일부터는 본래 목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곳이 고향이었던 언향은 아버지가 노름으로 땅을 날리고 가족이 야반도주한 아픔을 갖고 있다. 고향땅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절에 모시고 언향은 결심한다. 땅을 찾기로. 아버지의 땅을 뺏은 장씨의 아들 달근(이대근)이 1차 대상이다. 언향은 마을을 개발해 한몫 챙기려는 진우(김영철)와 함께 달근의 땅을 뺏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다. 드라마는 한많은 언향을 중심으로 땅과 고향에 얽힌 갈등과 화해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초반부에 인물들에 대한 암시를 제대로 던져주지 못함으로써 흥미를 끌지 못한다. 미소 뒤에 사연이 있는 듯한 여자의 과장된 몸짓만 보일 뿐이다. 달근 역의 이대근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인물」도 없다. 70년대나 있었음직한 낡은 캐릭터들이 이 프로의 주인공들이다. 「웃음과 해학」이란 표현수단은 기획서에만 있을 뿐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좋은 뜻을 담은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은 재미있을 때까지 오래 기다리지는 못한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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