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孫여사，아들 현철씨 증언 ＴＶ도 안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인 賢哲(현철)씨의 국회 한보청문회 증언이 있던 25일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은 거의 온종일 TV생중계를 지켜보며 향후 정국운영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청와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날 오전 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수석보고회의도 취소됐고 각 수석실의 비서관과 행정관들은 일손을 놓은 채 종일 TV로 중계되는 청문회 장면을 지켜봤다. 김대통령은 이날 가깝게 지내는 친지와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는 高建(고건)총리로부터 주례보고를 받았다. 한 비서관은 『김대통령은 이미 현철씨의 구속까지 각오한 상태이기 때문에 평상심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청문회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석보고회의도 각 수석들이 김대통령의 심기를 감안, 취소한 것이지 대통령은 평소대로 회의를 갖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질 심정일텐데 자식의 청문회 장면을 어떻게 지켜보겠느냐』며 『대통령이 다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孫命順(손명순)여사는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은 채 첫돌을 지난 외손녀와 주로 시간을 보냈으나 역시TV는보지 않았다고 한측근은 전했다. 이 측근은 『손여사가 대통령의 뜻을따라 담대한 모습을 보이려애쓰고 있으나 최근에는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말했다. ○…신한국당은 이날 청문회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현철씨가 차분하게 답변해나가자 대체로 안도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李會昌(이회창)대표는 당직자회의 직후 대표실에서 辛卿植(신경식)정무장관과 함께 TV를 통해 청문회과정을 지켜봤으며 다른 당직자들도 삼삼오오 TV앞에모여 현철씨의 표정과 입을 주시했다. 당직자들은 『현철씨가 생각보다 똑똑한 것 같다』 『사전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평했고 일부 당직자들은 『현철씨의 답변태도로 보아 한보 등 이권개입을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현철씨의 이권개입 의혹이 어느 정도 가시게 될 경우 검찰이 현철씨 소환을 앞두고 부담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현철씨가 청문회에서 부인으로 일관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검찰의 소환조사와 사법처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국민회의의 薛勳(설훈)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현철씨는 국민을 우롱했다』며 『그가 국민앞에 반성한다는 것도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설부대변인은 또 『이제 엄정한 법의 심판만이 그의 거짓을 다스릴 수 있을 뿐』이라며 『검찰은 거짓말로 일관하는 현철씨에 대해 즉각 사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의 安澤秀(안택수)대변인도 논평에서 『겸손한 듯 목소리를 죽이면서 국회와 국민을 속이려 드는 현철씨의 간교한 증언자세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태생적 이중인격을 잘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이동관·최영묵·정용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