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0)

  • 입력 1997년 4월 9일 09시 5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3〉 온갖 종류의 산해진미, 생과일과 건과일들, 과자, 최상급의 포도로 빚은 포도주들이 차려져 있는 식탁에는 갖가지 꽃이며 향기로운 풀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거실 한편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 노예처녀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짐꾼 신바드는 그 화려한 저택과 연회장을 보고 몹시 놀라며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건 천국이거나 왕후의 궁전일거야』 사람들은 모두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늘어앉아 있었는데 그 가장 상좌에는 수염이 하얗게 센 거룩하리만큼 기품이 있어보이는 노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당당한 풍채에 품위있고 덕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없이 중후한 위엄을 풍기는 노인이었다. 그 노인을 보자 짐꾼 신바드는 그 위엄과 거룩한 풍모에 압도되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조아렸다. 그러자 노인은 짐꾼에게 가까이 오라고 분부하여 자신의 옆에 앉혔다. 너무나 황송하여 몸둘 바를 몰라하는 짐꾼에게 노인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불렀던 것은 식사를 함께 하자는 것이었으니 아무 염려 말고 함께 들기로 합시다』 그 인자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서야 짐꾼은 마음이 놓여 주인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알라를 찬양한 뒤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손을 씻은 짐꾼은 식사를 대접해준 주인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잘 오셨소. 그런데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며 직업은 무엇입니까?』 『오, 주인님, 저의 이름은 신바드라고 합니다. 직업은 짐꾼입니다. 남의 물건을 져다 주고 삯을 받아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를 짐꾼 신바드라고 부른답니다』 그러자 주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 짐꾼양반, 당신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나의 이름과 똑 같군요. 나의 직업은 선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뱃사람 신바드라고 부르지요』 이 집 주인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짐꾼은 속으로 매우 놀랐다. 그때 주인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짐꾼양반, 아까 문어귀에서 당신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한번 들려주지 않겠소?』 그러자 짐꾼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저와 같이 막노동이나 하는 사람은 뜬세상 고생이며 곤란이며 궁핍으로 인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릇없는 행동이나 상스러운 짓거리를 배우게 되고 불순하기 짝이 없는 노래나 부르게 된답니다』 『부끄러워할 것 없소. 그것이 비록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당신의 이름이 나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에 나는 이제 당신을 형제처럼 생각하게 되었소. 자, 어서 한번 불러보구려. 문어귀에 서서 당신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나는 몹시 흥미롭게 생각하였으니까 말이오. 그래서 시동을 시켜 당신을 불러오도록 했던 것이랍니다』 이렇게 되자 짐꾼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아까 불렀던 노래를 다시 한번 불렀다. 그러자 주인은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오, 나도 한때는 그런 노래를 불렀답니다. 삶은 끝없이 힘들고 고달프기만 했으니까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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