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韓銀임직원의 가계대금 신용대출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얼마전 은행들이 집없는 서민과 일반 고객들에게 대출해야 할 주택자금의 대부분을 자기은행 임직원들에게 빌려 준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이번에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임직원 30여명이 감독대상인 은행들로부터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억원씩의 가계자금을 신용으로 대출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은 꼴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이런 나눠먹기식 대출 「돈잔치」는 공공성은 물론 형평성도 팽개쳐버린 은행들의 한심한 작태다. 전체 주택자금의 76%를 은행원들이 나눠썼을 뿐아니라 어떤 은행은 주택자금 전액을 자기은행 임직원들에게 빌려주었다. 대출조건도 파격적이다. 일반고객에게는 13%의 대출금리를 받으면서 자기은행 직원들에게는 불과 1%의 우대금리혜택을 주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GDP)대비 20% 가량으로 일본의 43%, 미국의 68%에 비해 낮다. 은행들의 가계자금 대출 비중도 총대출의 28% 수준이다. 아직도 일반서민들에게 은행 문턱은 높다. 신용대출은 물론 담보가 있어도 은행돈 쓰기가 쉽지 않다. 가계자금은 은행고객 모두가 골고루 빌릴 수 있어야 한다. 또 내집마련자금 같은 주택자금은 집없는 서민에게 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차갑다. 일부 은행장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한보같은 부실기업에 특혜대출해줘 은행을 파산직전으로 몰아넣고 은행원들 또한 서민들의 가계자금을 빼돌리기에 급급했다. 시중은행을 감독해야 할 입장에 있는 중앙은행 임직원들의 자세는 더욱 말이 아니다. 국민경제의 혈관이나 다름없는 금융산업이 이 지경이 되어서는 우리경제의 앞날은 암담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