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9)

  • 입력 1997년 4월 8일 08시 2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 짐꾼 신바드는 슬픔에 찬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건 나의 운명, 달콤한 쾌락을 맛보며 시원한 그늘에 다리 뻗고 쉬는 날 며칠이나 되는가? 해가 뜨는 아침이면 괴로움과 시름에 눈을 뜨고, 더운 한낮이면 무거운 등짐으로 허리가 휘네. 세상에는 복을 타고난 사람도 많아 운명의 신은 그들의 등에 무거운 짐을 지우는 일이 없네. 그들의 고운 피부는 시원한 나무 그늘을 위해 있고, 그들의 귀는 감미로운 류트 가락을 위해 열려 있고, 그들의 혀는 향기로운 술을 맛보기 위해 있고, 그들의 손은 고귀한 벗들을 맞이하기 위해 있네. 아, 살아 있는 만물은 따지고 보면 한방울의 정액에서 태어난 것이어서 근본도 연유도 같으련만, 저기 저분들과 나의 차이는 시큼한 식초와 향기로운 술만큼이나 다른 걸 난들 어이하리! 그러나 내 어찌 신을 저주하리요, 그대의 율법은 언제나 바르고, 그대의 정의는 언제나 그릇됨이 없다고 하니. 노래를 마친 짐꾼은 한 차례 긴 한숨을 쉰 뒤 짐을 등에 지고 뜨거운 햇살 속으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고운 얼굴에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시동 하나가 문에서 나오더니 신바드를 향해 말했다. 『여보세요, 짐꾼 아저씨! 우리 주인 나리께서 당신한테 할말이 있다고 하면서 좀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짐꾼은 덜컥 겁이 났다. 방금 부른 자신의 노래에 불온한 구석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시동이 다시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주인 나리께서는 아주 친절한 분이랍니다』 시동이 이렇게 말했지만 짐꾼은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모두들 화려한 옷을 입고 흥겹게 놀고 있는 자리에 땀냄새를 푹푹 풍기면서 들어가면 사람들은 모두 이맛살을 찌푸릴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사양하겠어』 짐꾼이 말했다. 그러자 시동은 짐꾼의 팔을 잡아 끌다시피 하며 말했다. 『일단 한번 들어와 보시라니까요. 당신한테도 나쁜 일은 아닐테니까요』 이렇게 되자 짐꾼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문지기에게 짐을 맡긴 뒤 시동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참으로 으리으리한 저택으로서 눈이 부실만큼 화려하고 구석구석 위용이 넘쳐흘렀다. 잔뜩 겁을 먹은 짐꾼은 이윽고 넓은 거실에 안내되었는데 거기에는 높은 신분의 귀빈들이며 대관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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