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치매]환자 치료시설 르포

입력 1997-03-29 08:28수정 2009-09-2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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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 기자] 『아, 나이? 팔십이. 난 「집에 언제 갈거냐」고 묻는 줄 알았지』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서울시립중계노인복지관 2층 208호실에서 만난 김반분할머니(82)는 큰 소리로 나이를 묻자 기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김할머니는 느닷없이 『젊을 때 건실하게 잘 해. 늙으면 아무 소용 없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할머니는 지난해 9월 저녁식사 시간의 어수선한 틈을 타 복지관을 빠져나가 자신이 살던 서울 왕십리 근처를 헤매다 3일만에 돌아온 적이 있다. 김할머니는 그 뒤에도 여러차례 화분이나 유리창 뒤에 숨어 집으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다 간호사에게 발견되곤 했다. 자신이 키운 5남매 모두에게 버림받아 이곳에 들어온 김할머니는 사실상 갈 곳도 없다. 김할머니가 자꾸 『집에 가겠다』는 것은 가족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라고 간호사들은 설명했다. 이 복지관은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의 치매나 중풍을 앓는 생활보호대상자를 수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관 시설이 종합병원 수준 이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딸에게는 부모 부양의무가 없다」는 호적법상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 치매부모를 복지관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복지관 근무자들의 귀띔. 간호사 金美羅(김미라·41)씨는 『치매증상이 심했던 한 할머니는 아들집 전화번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며 『전화를 받고 찾아온 아들이 「누나가 집 한 채를 물려받는 대신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는데…」라며 곤란한 표정을 짓더라』고 말했다. 이 복지관은 지난 95년9월 개관 당시 치매환자 78명과 중풍환자 2백명을 정원으로 정했으나 97년1월 현재 치매환자가 1백76명에 이르고 있다. 여자 부랑인 임시보호소인 서울시립부녀보호소에는 70여명의 치매 할머니들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복지사 劉暎鈺(유영옥·42)씨는 『지문조회까지 해서 어렵게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전화했는데 「그 노인 집 나가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며 『심지어 다른 가족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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