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발목잡고 끼어들고…「힘없는 金改委」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한보부도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개혁의 당위성은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금융개혁」호(號)의 진로는 불안해 보인다. 발목잡기 끼어들기에 밥그릇싸움까지 가세, 연착(延着)과 함께 목표지점도달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금개위)는 지금까지 12차례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많은 개혁안을 쏟아냈다. 『그곳에서 못할 얘기가 뭐 있습니까. 백가쟁명이죠』 재정경제원 실무관계자의 얘기. 마치 금개위의 존재자체를 부인하는 듯하다. 재경원은 금개위에서 개혁안을 내놓을 때마다 핵심사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발을 건다. 금개위 발족을 주도하면서 재경원을 배제했던 李錫采(이석채)전경제수석이 「낙마(落馬)」한 지금 금개위의 버팀목은 사실상 없어졌다. 정부산하 의결기관인 행정쇄신위원회는 25일 느닷없이 증권 및 투신사의 설립인가제를 없애겠다는 규제완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산업발전심의회는 별도로 치더라도 경제행정규제개혁위원회나 세계화추진위원회같은 각종 위원회도 각각의 설립취지에 따라 금융분야에 끼어든다. 재경원도 금개위 출범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방대한 금융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4월부터 바로 시행되는 것들. 김빼기다. 이처럼 관련기관들이 각론을 만드는 작업에 중구난방이다. 경제부총리가 바뀌니까 얘기도 달라진다. 韓昇洙(한승수)전부총리는 『빅뱅식 금융개혁은 없다』고 말했지만 후임 姜慶植(강경식)부총리는 『4월부터 빅뱅식 금융개혁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정면으로 뒤집었다. 금개위의 한 위원은 『이미 반찬은 다 준비됐다. 금개위가 할 일은 그중에서 무엇을 골라 먹을까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사실상 있을 수 없고 「선택」의 문제라는 얘기. 이런 가운데 금개위 내부의 삐걱거림도 새나오고 있다. 금개위는 지난 18일 5대재벌의 은행 비상임이사회 참여허용안을 보도자료로 내놓았다가 세시간만에 취소했다. 기업쪽 위원들과 학계 연구소쪽 위원들이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격하게 맞붙었다는 후문이다. 금융개혁의 해답은 간단하다. 금개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누군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김회평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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