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공기업 경영효율화 방안]「정부입김 배제」미지수

  • 입력 1997년 3월 26일 20시 34분


[허문명기자] 금융실명제와 함께 문민정부의 최대 경제공약으로 제시됐던 4개 대형공기업의 주식매각을 통한 완전 민영화는 사실상 유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재정경제원이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제시한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4대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방안」은 공기업 정책의 새로운 청사진인 셈이다. 이날 내놓은 정부 방침은 한마디로 공기업 지분매각은 경제력 집중과 증권시장 상황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는 것. 그 대신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인을 종래와 같은 낙하산 인사가 아닌 공채로 뽑아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경영을 혁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선임된 전문경영인에게는 경영성과를 철저히 평가해 실적이 좋으면 파격적인 봉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연임 제한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가 최고경영진 선임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는 있지만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상황에서는 그 입김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즉 11명 이내 또는 15명 이내인 이사회의 절반이 넘는 사외이사들에게만 최고경영인 후보 선정권한을 준다고 하지만 정작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의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끼리 담합해 혁신적인 전문경영인의 영입을 가로막을 소지도 있다. 사외 이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사내에서 선출된 이사가 이사회를 좌우하면서 연공서열에 의해 내부 임직원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실제로 은행의 경우 능력 있는 은행장 영입을 위해 재경원이 올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비상임이사제를 도입했으나 이번 행장선임 결과를 보면 대부분 사내 전무나 임원들이 선임되었다. 설사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뽑힌다 해도 일반회사에서처럼 소신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것인지도 미지수다. 즉 한국통신과 담배인삼공사 등은 대내외적 경쟁상황에 직면하고 있지만 사업의 공공성 때문에 수익만을 고려, 전화요금을 올린다든지 값싼 외국 잎담배를 수입하는 등의 정책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민영화를 하긴 해야 하는데 경제력 집중이라는 덫에 걸려 고육책으로 나온 이번 방안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는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들 공기업의 공공성 유지와 창의적 경영능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이같은 형태의 방안이 차선책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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