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지윤숙/남편의 생일날에

  • 입력 1997년 3월 26일 08시 25분


「딴따라 딴따 따라라」. 자명종 시계의 기상 나팔소리에 새벽잠이 깼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 따뜻한 미역국이라도 한그릇 들고 출근할 수 있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식탁에 앉아 잠자코 미역국을 먹는 그이의 마음을 알 듯하다. 기쁘다기보다는 어쩐지 쓸쓸해 뵈는, 어머니가 안계신 남편의 생일 아침상. 『여보, 내가 어머니 역할까지 해드릴 게요』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해 주었더니 『효부났네, 효부났어』라며 받아넘기지만 남편의 목소리엔 왠지 기운이 없었다. 다른 때는 잘 모르겠는데 유독 남편의 생일 아침엔 결혼하기 두해전에 돌아가셨다는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 살아계셨다면 사랑스런 막내아들 생일에 이것저것 챙겨주셨을텐데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마음이 이런데 남편이야 오죽하랴. 『나는 여신으로서 당신 옆에 영원히 있으렵니다. 항상 건강하고 꼭 좋은 글 쓰는 소설가가 되세요. 힘껏 당신을 도울게요』 출근하는 그이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을 해본다. 저녁에는 두아들이 마련한케이크와 꽃과맥주를 탁자에 차려놓고 촛불속에 축가를 부르고 사진 찍고 박수를 보냈다. 따뜻한 가정, 화목한 식구, 언제나 이 행복이 지속되길…. 『여보, 오늘밤은 명퇴 생각 말고 어머니를 만나는 좋은 꿈이나 꾸세요』 지윤숙(충남 서산시 동문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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