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불법복제 『멍드는 용산』…1장에 2,3만원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정영태 기자] 대형 유통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상권이 크게 위축된 서울 용산전자상가가 이번엔 불법 복제한 소프트웨어 판매성행으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용산의 일부 컴퓨터매장에선 상용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복제한 CD를 장당 2만,3만원씩에 공공연히 판매하고 있다. 단속의 눈길을 피해가며 판매되는 CD롬에는 「한글」 「엑셀」 「넷스케이프」 「포토샵」 등 최신 상용프로그램 수십가지가 들어있다. 한동안 주춤하던 불법복제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부터. 작년까지만 해도 복제에 쓰이는 CD―R(기록가능 CD)드라이브의 가격이 대당 1백만원을 넘었으나 올들어 50만원이하로 떨어지면서 부담없이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의 방법도 여러 가지다. 고객이 가져온 소프트웨어나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내용을 CD에 옮겨주는 백업용 CD제작이 가장 손쉬운 방법. 고객이 CD로 제작해달라고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면 『이 프로그램은 우리도 가지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고 복제본을 찾으러 다시 오라』는 경우다. 고객이 원하지도 않은 최신 프로그램을 남는 CD 공간에 채워주는 행위도 성행한다. 어떤 곳에서는 노골적으로 『웬만한 것은 다 갖고 있으니 필요한 프로그램의 이름만 말하라』고 한다. 대담한 상인들은 구매자를 직접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그런가 하면 상가외부의 일반인까지 불법복제한 CD를 수십장씩 들고와 상가 일대에서 파는 모습도 새롭게 등장했다. 주말을 이용해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용산지하차도 입구에 복제 프로그램의 목록을 붙여놓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단속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구매자가 나타나면 CD를 꺼내 팔고는 황급히 자리를 뜨곤 하지만 몇분 후 다시 나타나 다른 구매자를 기다린다. 소프트웨어가 수십가지씩 들어있는 CD롬이 한장에 2만∼2만5천원씩이다. 최근에는 히트한 PC게임만 따로 복제해 모아놓은 제품도 등장했다. 정부의 단속과 상우회 차원의 자체정화운동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상가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단속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행위가 줄기는 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값이 싸다는 이유로 불법 복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의식도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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