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동숭동 「학림다방」 이충렬씨

입력 1997-03-15 08:08수정 2009-09-2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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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예 기자] 「가파른 층계/아름다운 음악/옛 그대로의 우정을 나누니/20년의 흐름이 어제같구려/다시 찾는 그날까지/끊임없는 선율 이어지기를」. ―89년 고국방문길에 72년도 의대졸 박찬호. 서울 동숭동 「학림」다방의 낙서집에 쓰여 있는 한 구절이다. 동숭동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서울대 문리대 의대 음대생들의 추억속에 살아있는 학림다방. 문화판의 김민기 임진택 장선우씨는 물론 홍사덕 이부영국회의원 유홍준영남대교수, 시인 김정한 김지하씨 등이 지금도 동숭동에 나오면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다. 학림에서 움튼 철학과 정의와 사랑이 강의실에서보다 더많은 결실을 남겼다해서 당시 학생들 사이에 「문리대 제25강의실」로 불렸던 이곳은 주인 이충렬씨(42)가 10년째 지키고 있다. 번화가로 바뀌어 버린 대학로에서 학림의 옛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옛 학림을 그리워하는 손님들 때문에 「수익 0%」의 이 다방을 포기하지 않는다. 『커피 한잔씩 팔아서 무슨 돈을 벌겠습니까. 하지만 옛날 학림다방을 생각하면서 오는 손님이 있는 한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지요. 지난해 강준혁 김민기씨 등 학림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 46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려다 예산부족으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학림과 쌍벽의 역사를 자랑하던 바로 옆의 중국집 「진아춘」은 지난달 함흥냉면집으로 바뀌었다. 학림이 처음 문을 연 것은 60년 4.19무렵. 동숭동에서 치과병원을 하던 여의사 이양숙씨(84·미국 샌디에이고 거주)가 병원 바로 옆 건물을 사들여 학림을 개업했다. 김지하 박태순 김승옥 이덕희 금난새 임헌정씨 등 수많은 문학도와 음악도들이 이곳에서 젊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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