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기자]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 일본. 그 일본이 이떻게 패망의 잿더미 위에 「경제대국」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가.
유리한 국제환경과 일본인들 노력의 결과였지만 이것을 한 방향으로 결집시킨 정치가 없었다면 오늘의 일본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일본 현대정치사를 살핀 책이다.
저자는 일본 정치사를 크게 세 시기로 나눈다. 패전후 미국 점령 통치를 거쳐 자유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한 「55년 체제」 성립까지(1기), 55년부터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무너진 93년까지(2기), 이후 새로운 정치체제를 모색하고 있는 지금까지(3기).
가장 비중을 두는 시기는 제2기. 55년 체제로 정치적 안정을 마련한 일본은 경제 우선의 정치 외교를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국가로 뛰어올랐다. 미국의 냉전전략이 일본의 발전에 한몫한 것도 이 시기. 미국은 공산주의 저지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했고 일본 경제 부흥을 통해 동남아시아를 자본주의권에 묶어두려는 정책을 폈으며 정치권이 이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80년대말 냉전이 붕괴되고 자민당이 파벌정치 부정부패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일본인들은 새로운 정치에의 돌파구를 열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국내외적 환경의 변화가 바로 93년 자민당 실권(失權)으로 나타났고 이후 일본정치권은 새로운 체제 확립을 위해 정치실험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교수인 저자는 고려대를 졸업, 일본 동경대 방문연구원, 미국 스탠퍼드대 동북아문제연구소 객원교수 등을 역임. 저서로는 「일본 제국주의의 한 연구」 「일본 군국주의의 형성과정」 등이 있다.
한상일 지음(법문사·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