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광기와 우연의 역사3」

  • 입력 1997년 2월 26일 20시 15분


[이광표 기자] 1976년6월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 총에 맞아 피흘리는 13세 흑인소년이 한 청년의 팔에 안겨 있다. 이 소년은 소수 백인들만의 언어로 학교수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칙령에 반대하는 평화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참사를 당한 것이다. 소년은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극명하게 고발한 이 한장의 사진은 동시대인들의 양심을 움직여 남아공 민주화의 촉진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사진을 찍은 흑인 사진작가 샘 느지마는 이후 일약 유명인이 됐지만 남아공정부의 탄압 때문에 북부지방 국경지대에서 남의 눈을 피해 잡화상을 하며 살아가야 했다. 이처럼 전쟁과 폭력의 광기에 휩싸였던 역사적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들을 선정,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사진 속 주인공들의 삶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추적한 책이다. 45년1월27일 대여섯살가량의 유태인 쌍둥이들이 죄수복을 입은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걸어나오는 사진. 이들은 히틀러가 의학실험에 이용하기 위해 수용한 3천여명의 쌍둥이중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이들이다. 이밖에 스탈린의 품에 안긴 선전용 몽골 소년(36년 모스크바), 죽음의 대기실로 끌려가는 어린 추방자 사진(43년 바르샤바) 등과 그 뒷얘기들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을 경고하고 있다. (귀도 크노프 지음 이동준 옮김/자작나무·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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