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늘어나는 이혼에 씁쓸… 자식들 상처 어쩌나

  • 입력 1997년 2월 25일 20시 13분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 법원에 갈 일이 있다. 가정법원 앞을 지나다 보면 서로 눈을 흘기며 이혼서류를 접수하는 부부, 젖먹이 아기를 안고 서성이며 남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부인, 소송중에 있는 별거 부부들이 법원에서 만나 싸우는 장면도 가끔 본다. 서로의 사랑이 식어 미움으로 변한 책임을 네탓으로 돌려 헤어지는 것을 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불쌍한 것은 바로 그들의 자식들이다. 법원앞에서 「네 자식이니까 네가 키워」하며 서로에게 떠넘기는 장면을 많이 본다. 부모가 서로 아이를 윽박지르며 「엄마 쫓아가」 「아빠 따라가」라며 소리치고 욕설까지 퍼붓는 광경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어떤 부부는 법원앞에 아이를 놓아두고 서로 달아나다시피 돌아서서 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울며 엄마를 쫓아가도 들은체 않고 아빠도 돌아보지 않는다. 아이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자지러지게 울기만 할 뿐이다. 살다가 싫어져 헤어지는 것은 당사자들의 문제지만 자신들이 낳은 자식들에게 그런 상처를 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헤어질때 헤어지더라도 부모의 역할은 해야할 것 아닌가. 사랑할 때는 자식이고 헤어질때는 애물이란 말인가. 그 아이들의 상처와 부모에 대한 불신은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그 아이들이 과연 세상을 밝게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김상희(서울 서초구 서초동 1699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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