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특별담화 주시한다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한보의혹이 풀리지 않고 의혹의 배후핵심으로 지목되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면죄부 주기」라는 비난만 남긴 가운데 김대통령은 내일 취임 4주년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담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보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어느 정도 진실을 말하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사죄할 것이며 또 얼마나 그에 합당한 수습책을 내놓을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담화는 한보의혹의 진실규명도 규명이지만 김대통령이 한보의혹을 얼마만큼 씻어내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 앞으로 남은 임기 1년동안 정부가 어느만큼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있을 것인지를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만약 이번 담화가 사실에 바탕하지 않고 「부덕의 소치」 같은 추상적인 언어만 나열한다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증폭되고 국정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김대통령은 첫째, 현철씨 문제에 대해 검찰의 한보관련 「무혐의」 결론과는 관계 없이 현철씨가 그동안 얼마나 국정에 개입해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지를 거짓없이 밝히고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현철씨가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머리숙여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특히 현철씨에 대한 검찰조사에 국민들이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는 사정을 깊이 감안해 앞으로 국회 한보관련 국정조사특위 증인 출두에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둘째, 김대통령은 정경유착이든 대선자금이든 정책상의 실패든 국민들이 의심스러워하는 한보의 모든 것을 예외없이 철저하게 다 밝혀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92년 대선자금의 경우 한보의혹의 원초적 출발점이라는 주장이 야당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 점에 대해서도 차제에 밝힐 것은 숨김없이 정직하게 다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국민 앞에 진솔하게 용서를 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도덕성을 살리고 남은 임기를 명예롭게 마치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김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독단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반성하고 특정지역 특정인맥 특정계파 중심의 족벌정치로 민심을 떠나가게 한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단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3당합당 이후 실세로 등장한 민주계 중심의 정권재창출 욕심을 과감히 버리고 국내정치엔 초연한 완전중립적 입장에서 경제회생과 국가안보에 전력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럴려면 당과 행정부를 엄격히 분리하고 내각도 정치지향적이 아니라 중립적 실무적인 내각을 구성해 빈 마음으로 오로지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이런 겸허하고 진솔한 반성과 각오를 기대하는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와 집권여당의 정치적 운명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혼란에 빠진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김대통령은 지금의 이 절박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국민 앞에 거듭나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하며 또 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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