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국제그룹」복원 무산 양정모 前회장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1분


[이인철 기자] 신발 하나로 시작한 기업을 국내 7위의 재벌그룹으로 키웠다가 하루 아침에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던 양정모 전국제그룹회장(76)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했다. 85년 공중분해된 그룹을 되찾기 위해 활동해온 「국제그룹 복원본부」가 오는 3월말로 문을 닫는다. 뿔뿔이 흩어졌던 국제 「유민(遊民)」들은 지난 87년 「복권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93년 7월 「강제해체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계기로 서울 수송동 이마빌딩에 복원본부를 차렸다. 이 헌재결정은 양회장을 또 한번 울렸다. 실낱같던 재기의 꿈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96년4월 국제상사 주식 1백19만주를 돌려달라며 한일합섬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졌기 때문이다. 법정 시비가 막을 내린 것. 복원본부에는 한때 임직원 20여명이 나와 재건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으나 이제는 양회장의 두 아들과 김상준대표(48) 등 8명만 남아있다. 이들도 곧 각자의 새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국제그룹의 붕괴배경을 놓고 정권에 잘못 보여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주장과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도산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아무튼 양회장은 「신발왕국」의 옛 영화를 찾을 길은 없지만 그룹해체 위헌판결로 「명예를 회복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허튼 데는 한푼도 안쓴다」는 근검철학은 변함이 없다. 회사가 망한뒤 93년 양복 한벌 산 것을 빼고는 옷에서부터 가구까지 모두 옛날 것을 쓰고 있다. 복원본부에는 집에서 싸준 도시락을 들고 나온다. 그는 한보사태가 터지자 『서울이 너무 시끄럽다』며 부산으로 내려가버리기도 했다. 복원본부 관계자들은 『국제는 로비를 안해서 망했고 한보는 로비 때문에 망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정경유착의 양면』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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