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기아)의 진가가 프로무대에서도 한껏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FILA배 '97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SBS 스타즈와 현대 다이냇을 제외한 6개팀이 1라운드(7게임)을 마친 17일 현재 포인트가드 강동희는 각 부문별 랭킹에서 외인용병의 거센 돌풍을 뚫고 어시스트와 가로채기 2개 부문에서 1위를 달려 「국내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강동희는 허재 클리프 리드 등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시선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볼을 빼는 「노 룩 패스」와 특유의 롱패스로 「원 맨 브레이크」를 무리없이 소화하며 모두 53개의 어시스트(게임당 평균 7.6개)를 기록, 용병중 최고의 가드로 손꼽히는 제럴드 워커(39개 SBS)를 14개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워커는 남은 1게임에서 무려 15개의 어시스트를 쏟아내야만 1위를 꿰찰 수 있어 강동희의 1라운드 정상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 강동희의 가치는 용병이 1위부터 6위까지 상위랭킹을 휩쓸고 있는 가로채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모두 29개(평균 4.1개)의 가로채기로 용병 드래프트 1차지명 1순위인 동료 클리프 리드, 마이클 엘리어트(대우)와 함께 공동 1위를 마크해 키에 비해 긴 팔 덕을톡톡히 본 셈. 처음 4게임동안 평균 5.75개로 「최고 도둑」자리에 올랐던 워커는 강동희의 위력에 주춤, 평균 4개(총 24개)로 4위에 뚝 떨어졌다.
강동희는 특히 볼 배급을 맡으면서도 3점슛 29개를 던져 13개를 적중(44.8%)시켜 3점슛 성공률에서 6위에 랭크됐다.
지난 10여년간 중앙대-기아의 정상가도를 이끌어 온 주역인 그는 이로써 타고난 탄력과 스피드로 무장한 흑인선수들을 능가, 국제급 가드로 다시 평가받은 셈이 됐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용병들의 독무대가 계속됐다.
득점부문에서는 토니 매디슨(동양)이 평균 33.7점으로 나래 블루버드의 순항을 주도하고 있는 가드 칼 레이 해리스(31.6점,나래)와 「백인용병」 에릭 이버츠(30.4점 나산)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데이먼 존슨(SBS 28.5점)과 빈스 킹(삼성 27.7점)은 그 뒤를 따랐다.
전희철(동양)은 10위(26.1점)로 득점랭킹에 턱걸이해 유일한 토종으로 등록됐고 용병들이 1∼10위를 독식한 리바운드에 부문에서도 11위(평균 6.9개)에 올라 높이에서 단연 돋보였다.
3점슛은 정인교(나래)가 28개로 김상식(23개 나산)과 매디슨(20개)을 제치고 1위. 자유투 성공률에서는 정재근(SBS)이 96%로 88%의 김훈(대우)을 누르고 선두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