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밀매혐의로 미국에 붙들려가 복역중인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의 집권시절 파나마 공무원들의 부패는 대단했다. 해외주재 파나마대사관에서 수수료를 내고 정식으로 받은 비자가 파나마공항에서 통하지 않는 정도였다. 파나마 해외공관주재 외교관들이 비자 수수료를 받아 가로채고 엉터리 비자를 찍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공항 입국사열대에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했다
▼중국이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공무원들의 부정 부패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부패는 중국의 5천년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인간의 끈」 문화와 어울려 뿌리가 깊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척결작업에 나서 지난 2년여동안 40여만명의 공무원을 비리혐의로 처벌했으나 개선된 것이 아직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부패도 예사 문제가 아니다. 이유없이 수출부적격판정을 내렸다가 돈을 받고 고쳐주는 수출담당공무원, 노름판 돈을 대주면 세금을 깎아주는 세무서원, 매달 찾아와 「월부금」을 요구하는 경찰관, 기업주가슴에 불을 붙여놓고 돈을 뜯어가는 소방서원 등 가지각색이다. 어디 공무원뿐인가. 자금사정이 어려워 돈 빌리러 간 기업주에게 대출의 몇%를 사례금으로 줄 것인지를 먼저 따지는 은행원도 있다
▼노조의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1월 비싼돈들여 소신있게 「파업반대광고」를 신문에 냈던 60대의 한 중소기업사장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은 정말 「피를 토하는 울분과 한없는 눈물」의 얘기다. 앞으로 반(反)부패운동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계속해야겠다는 그의 각오가 비장하다. 묵묵히 공복으로서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뇌물 안주면 기업 못해요』라는 그의 절규가 현실이니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