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294)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84〉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셋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 고약한 집 주인이 뒤를 밟아 형과 형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형은 말했답니다. 「오늘 벌이가 어땠느냐고? 말도 말게. 정말이지 오늘은 아주 못된 인간을 만났어」 이렇게 말하고 난 형은 조금 전에 어느 집에 동냥을 갔다가 당한 수모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듣고 있던 형 친구 소경들은 쯧쯧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을 깨다니. 알라시여, 제발 그런 인심 사나운 인간에게는 축복을 내리지 마시기를!」 그러자 형이 말했습니다. 「이봐, 친구들. 나는 이제부터 얼마간 돈을 몸에 지니고 다니겠어. 수중에 돈이라도 넣고 다니면 그런 설움을 받아도 얼마간 마음에 위로가 될 테니까 말야. 그러니 오늘 숙소로 돌아가면 감추어둔 돈을 얼마간 나누어 가지기로 하세」 형이 이렇게 말하자 친구 중 하나가 반대했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가지고 다니다가는 잃어버릴 수도 있고…」 「물론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숨겨두기만 하면 뭘 해? 그러다가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이렇게 되자 형의 두 친구도 수긍했습니다. 그들은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형은 숙소로 돌아와 다른 친구들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형을 골탕먹였던 그 집 주인이 소경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는 형의 뒤를 밟아 몰래 집 안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이윽고 다른 소경들이 돌아오자 형은 말했습니다. 「문단속을 잘 해. 누가 뒤따라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니 집안을 찾아봐」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천장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붙잡고 허공에 매달렸습니다. 세 사람의 소경은 사방으로 손을 내저으며 온 방 안을 돌아다녀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에 잡히는 사람이 없자 안심이 된 표정들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벽장에 깊이 숨겨둔 돈을 꺼내어 헤아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돈은 무려 일만이천 디르함에 이르렀습니다. 밧줄을 잡고 허공에 매달려 있던 주인은 그 많은 돈을 보고 적이 놀랐습니다. 세 사람은 얼마간의 돈을 나누어 가진 다음 나머지는 다시 벽장 속에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창 음식을 먹고 있던 중 형은 자기 옆에서 쩝쩝거리면서 무엇을 먹고 있는 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형은 친구들에게 「이상한 놈이 들어와 있어!」하고 소리치고는 얼른 손을 뻗어 침입자를 움켜잡았습니다. 그 침입자란 형의 뒤를 밟아 왔던 그 고약한 주인이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 사람의 소경은 일제히 달려들어 그 침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못된 침입자를 저마다 두들겨 패기 시작했습니다. 매질하는 데도 지치자 그들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봐요, 회교도 양반들! 여기 도둑이 있어요! 돈을 훔치려고 했어요!」 이렇게 동네방네 소리를 질러대자 구경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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