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韓-대만,「핵폐기물」 이성적 해결 바람직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지난 92년 한국과 대만의 외교관계 단절 이후 조성돼 온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최근 대만의 핵폐기물 북한 이전문제로 걷잡을 수 없는 경지로까지 번지고 있다. 급기야 가장 신성한 양국의 국기가 세인들 앞에서 불태워지는 놀라운 사태에 이르렀다.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로서 몹시 착잡한 심정이다. 예부터 「형제의 나라」로 사이좋게 지내던 사이인데 어쩌다 이리도 살벌하게 되었을까. 두 나라는 국교단절 후 4년여 동안 정치는 물론 경제 부문에서까지 고위급 접촉이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안타깝다. 예를 들어 항공협정조차 교착상태에 빠지다 보니 서울∼타이베이 황금노선을 놓고도 양국 항공사는 적자투성이고 외국 항공사들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양국이 각 부문에 걸쳐 서로 만나 긴밀한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을 했더라면 아무리 어렵고 민감한 문제가 생겨도 지금처럼 살벌한 상황은 맞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이번의 경우 한국민의 흥분과 거센 항의를 충분히 이해한다. 대만이 북한에 6만배럴의 핵폐기물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외교적 예의까지 무시한 매끄럽지 못한 대응자세에도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 사이의 비극적인 대치는 이번 한번으로 끝내야 한다. 한국정부가 따뜻한 정으로 대만을 대해준다면 대만정부도 분명 이성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때인만큼 한국이 보다 성숙한 자세와 외교능력을 발휘, 양국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왕계문<연합중국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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