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보신관광 유감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90년들어서 불기 시작한 해외여행 열기때문에 방학이 낀 1월의 경우 비행기표 구하기가 힘들다. 작년 한해에도 4백만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외국에 다녀왔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다만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게 되면 과연 그들이 해외에 심어 놓고 온 한국의 인상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관광인류학의 문헌에는 다양한 민족의 여행행태를 비교한 자료들이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면 영국을 가장 많이 찾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인 관광객들의 차이에 대해 영국의 관광안내인들은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즉 쇼핑에 제일 관심이 많은 관광객은 일본인들이며 그 다음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인의 순이다. 미국인들은 다른 집단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데 반해 일본인들은 대체로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 미국인들이 사람에 대해 더욱 흥미를 느끼는 집단이라면 일본인들은 물건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다. 편지나 엽서를 끊임없이 쓰는 사람들은 미국인이고 사진을 어디서나 찍어대는 것은 일본인들이다. 프랑스인들은 혼자 여행하는 것을 보다 즐기는 대신 짧은 여행을 선호한다. 이탈리아인들의 경우 그들은 물건 값을 깎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으며 잘 짜여진 여행 스케줄을 엄격히 지키는 것보다 자유분방한 파격을 즐긴다. 일본인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단체여행이 대부분이고 여행계획의 변경을 재난처럼 여긴다. 이러한 관광형태의 비교는 비록 그것이 단편적인 것이지만 다양한 민족의 특성을 일부 드러내 주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한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연구는 외국에서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000년에는 해외여행객이 6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기에 한국인 관광객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추측컨대 한국인의 보신관광은 주목받을 대상 제1호가 아닐까. 이미 한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에서는 웅담, 뉴질랜드에서는 녹용, 그리고 태국에서는 뱀값을 올려 놓았다 한다. 왜이렇게 되었는지 우리가먼저연구해 볼 일이다. 최 협<전남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