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86)

  • 입력 1997년 1월 30일 20시 09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76〉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맏형 이야기를 했다. 『하녀가 전하는 말을 들은 여자는 이윽고 창가에 나타나서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오, 그리운 님이여, 대체 왜 그러시죠? 당신과 저 사이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란 말씀입니까?」 형은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계속해서 흐느껴 울면서 하소연하듯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당신이 방앗간에서 그런 봉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라께 맹세코, 저는 몰랐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저는 양심에 찔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답니다」 이렇게 여자가 울면서 하소연하는 동안 여자의 그 아름다운 얼굴과 귀여운 음성에 그때까지 형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분노가 햇볕을 받아 안개가 걷히듯이 말끔히 걷히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형은 어느덧 여자가 늘어놓는 사과의 말을 들어주며 그녀의 몸맵시를 바라보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얼마 동안을 형과 그 여자는 서로 인사를 하고 얘기도 나누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옷을 짓고 있으려니까 하녀가 찾아와 전에 없이 은밀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씨께서 말씀을 잘 전하라고 하셨답니다. 오늘 밤 주인나리께서 친구집에 가서 주무신다고 말입니다」 처음에 형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그러자 하녀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주인나리께서 출타하신 뒤 아씨께서는 당신과 함께 하룻밤을 즐기면서 지내고 싶으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온몸이 허공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또 다른 못된 음모가 숨어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형이 자신의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못내 못마땅해서 그의 아내에게 물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흉측한 꼽추를 당신한테서 떼어버릴 수 있겠소?」 그러자 그의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입니다. 「또 한번 속여 온 장안에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립시다」 그런데도 형은 여자의 간특한 속셈을 조금도 모르는 호인이었던 것입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형은 여자의 집으로 갔습니다. 여자는 형을 보자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저는 당신이 그리워 죽을 지경이랍니다」 그러자 형은 말했습니다. 「그럼 알라께 맹세코, 다른 일은 제쳐두고라도 우선 입을 맞추게 해주시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옆방에 숨어 있던 여자의 남편이 불쑥 들이닥치며 다짜고짜 형의 멱살을 움켜잡고는 소리쳤습니다. 「이놈이 감히 누구의 안방을 들락거리는 거야? 네놈을 당장 시 경비관에게 넘길 것이다」 형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형은 시장 앞에 끌려가 곤장 백 대를 맞고 낙타에 태워져 골목골목에 조리돌려졌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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