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말꼬리 흐린 이철수씨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申錫昊기자] 29일 오후1시반경 서울고법 302호 법정. 지난해 효산그룹 등에 불법대출을 해 주고 거액의 커미션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항소심 도중에 보석으로 풀려난 전 제일은행장 李喆洙(이철수)피고인이 보석조건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신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피고인은 한보사태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보석조건인 주거지제한규정을 어기고 집을 비웠지요』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보석제도에 대한 국민의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게 된 것을 알고 있나요』 검찰측의 계속되는 날카로운 질문에 이피고인의 목소리는 다급해졌다. 『25일부터 기자들이 집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집에 없는 체하다가 26일과 27일은 분당의 어머니 집에서 자고 아들과 병원에 다녀 왔습니다』 『배달된 우유와 신문을 문앞에 쌓아둔 것도 집앞을 지키고 있는 기자들을 피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피고인은 자신이 종적을 감춘 이틀 동안의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다 검사와 재판부의 수차례에걸친제지를받기도 했다. 재판장인 金明吉(김명길)부장판사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이행장이 25일 집을 나가 28일에야 돌아왔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검사에게 『한보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수사에 피고인이 참고인이 될 것 같으냐, 아니면 당사자가 될것 같으냐』는 묘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잘은 모르나 내사 대상자임은 분명하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이피고인에 대한 보석취소여부를 30일 오후 결정키로 하고 이날 신문을 끝냈다. 퇴정하는 이피고인에게 기자가 『정치인들로부터 한보와 관련해 전화를 받은 일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피고인은 『전혀 아닙니다. 정치인들이 잡다한 민원사항이 많기는 하지만요…』라고 묘한 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민원이냐』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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