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의혹」을 파헤칠 임시국회가 빠르면 이번 주내에 열릴 모양이다.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 두 야당총재가 27일 한보 부도사태의 배경과 정부대책을 따지기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고 여당도 이를 수용했다. 특히 여야 모두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에는 의견이 같다. 이번 사태가 워낙 심각하고 국민 의혹도 엄청난 만큼 국회의 즉각소집과 국조권 발동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특혜대출을 몰랐을 리 없으므로 필요하다면 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대통령 가족을 지칭한 「젊은 부통령」과 정부여당의 「민주계 4인방」이 한보의 배후라는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가 바로 김대통령의 책임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의혹의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선다면 이 문제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의혹의 실체를 남김없이 규명하는 작업이 돼야 한다. 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어떻게 한 업체에 편중 지원됐으며 한보철강의 사업인가와 대출, 부도처리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소상히 밝혀 국민앞에 공개해야 한다. 한보사태와 관련된 사람은 그가 누구건 성역(聖域)없이 조사하고 권력의 개입의혹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야권이 주장하듯 해방 후 최대의 권력형 비리라는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무척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 재벌의 무모한 사업확장을 정(政) 관(官) 금융계가 일제히 도와줬다는 것이 석연치 않은데다 시중에 나도는 온갖 설(說)도 걸러지지 않은 채 계속 유포돼 의혹을 가중시킨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는 하나 과연 중립적 수사가 될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고 벌써부터 수사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국민의 불신과 의혹이 더없이 높은 때에 국정조사를 벌인다는 점을 여야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한보사건에는 나라전체의 도덕성과 체면문제가 걸려 있다. 과거처럼 불필요한 정치공방으로 시간을 끌거나 사소한 절차 문제로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런 조사는 아니함만 못하다. 혹시라도 대선(大選)에 이용하려는 정략적 행동이 보일 때는 엄청난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된다.
당초 노동법 파동과 관련해 소집될 것으로 보이던 임시국회가 한보의혹에 무게를 두어 열리게 된 것은 뜻밖의 사태진전이다. 다만 야권이 노동법의 원천무효 주장보다 재개정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보와 노동법 문제는 철저히 분리하되 모두 국민의 편에 서서 조사하고 심의해 주기 바란다. 당리당략은 버리고 오로지 국민대표기관으로서 국민적 의혹을 규명하는데 온 힘을 쏟는 국회운영을 해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