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값 폭등 꼭 막아야

  • 입력 1997년 1월 26일 20시 07분


정치권과 정부가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총파업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틈을 타 아파트 값이 가파른 폭으로 뛰고 있다. 서울 목동 등 일부지역의 대형아파트값은 이미 분양면적 기준으로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섰고 강남 수서지역의 경우 25평형 아파트가 지난해 10월 1억5천만원대에서 2억원선으로 석달사이 5천만원이상이나 껑충 올랐다는 보도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10년 가까이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시장동향은 매우 심상치 않다. 특히 매매가 잘 안되는 가운데 부르는 값만 치솟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잇단 가격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중 소형 아파트의 전세금이 이미 따라 올랐는가 하면 많은 지역에서 매물이 잠적하고 있다. 비싸게 매물이 나와도 매입자가 몰리면 다시 거둬들이는 시장동향이 지난 80년대말과 비슷한 부동산투기의 양상이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부동산투기가 다시 일어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회생할 수 없고 사회가 안정을 되찾을 수 없다. 우리의 주택보급률은 84%를 겨우 넘은 수준이며 자기집을 가진 사람은 78%에도 못미치고 있다. 만약 아파트값이 다시 크게 오르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아직도 두껍게 남아 있는 집없는 계층의 생활난 및 박탈감이 사회안정과 노사관계의 평화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가뜩이나 불안한 시국에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정책과제인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던 지난 80년대 말과 비교할 때 올해의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당시엔 수출호조와 경기상승으로 돈이 풍족했지만 지금은 경기후퇴와 기업들의 감량경영으로 소득과 고용이 불안하다. 그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자금면에서 대형의 부동산투기가 일어날 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엔 법칙이 없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의 입주가 끝나 대량 공급물량이 거의 소진되었다는 점과 연말에 대통령선거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거기에 10년쯤을 한 주기로 부동산가격이 크게 올랐던 경험이 부동산가격에 대한 불안과 기대심리를 부추기기라도 한다면 언제 어떤 계기로 투기의 불이 다시 붙게 될 지 방심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대로 가격동향의 감시와 기민한 단속을 통해 투기조짐을 초기에 차단하는 일은 긴요하다. 수도권에 건설하겠다는 미니 신도시와 50만∼60만가구분의 신규건설물량도 수급안정과 투기심리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에도 불구하고 큰 뭉치의 검은 돈이 건재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게 불안하다. 과감한 저축유인(貯蓄誘因)책을 도입해 대기성 잉여자금과 검은 돈이 갈 길을 열어주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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