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福禮 기자」 얼마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끈」(그린나라 간)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몹시 울었다고. 전과9범인 남자가 세상에 절망해 분신자살한 어머니를 그리며 쓴 자전소설인데 너무도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그 남자를 보며 가난했던 시절이 떠올랐고 새삼스레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살아온 시간의 4분의 1이 넘는 9년6개월의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절도 폭력 마약 전과자. 그러나 지금은 작가이자 청소년범들을 찾아다니며 바른 삶의 길을 문답하는 「인생 전도사」로 변신한 이찬석씨(36). 그는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삶의 상처를 떨쳐내기 위해 글을 쓴다. 술집에서 일했던 어머니는 첫남편에게 버림받았고 새남자는 걸핏하면 주먹을 휘둘러대는 남자였다. 어머니는 다섯번의 자살기도 끝에 열세살 난 자식의 눈앞에서 끝내 육신을 태워버렸다.
새살림을 차렸던 친아버지가 그를 데려갔지만 중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가출 그리고 6개월간의 신문보급소 생활. 굶주림에 지쳐있던 어느날 주택가 담벼락에 기대어 놓은 커다란 양은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엿장수에게 팔면 한끼는 넘기겠다는 생각에 그 그릇을 집어들었으나 방범대원에 붙잡혔고 절도혐의로 경찰서에 넘겨졌다. 기소를 앞두고 검사는 『뭐 이런 사건을 갖고 영장을 청구했느냐』며 경찰을 핀잔했고 그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구치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의 사회친구가 됐고 그는 이후 아홉차례나 경찰서와 인연을 맺게 된다.
『스무살을 넘기면서 정신을 차렸어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교도소에 있으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중고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교도소내 「새마을독서대학」을 두번이나 수석졸업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읽은 책이 3천권 가량은 될거예요』
86년 교도소문을 나선 이후 다시 태어났다. 이화여대 입구에서 옷장사를 하면서 1년만에 3천만원을 모았으나 사기로 날렸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93년에 결혼을 했고 쌍둥이 아빠가 됐다. 지난해 5월부터 그는 한달에 두번 서울보호감호소를 찾아가 소년범들을 상대로 대화를 한다. 소년범들은 그의 강연을 좋아한다. 같은 전과자인데다 그가 들려주는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자신들의 나약함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터이다. 사회봉사단체인 민생치안봉사단원으로 한달에 두세번 경찰과 함께 지역순찰 활동도 한다.
청소년문제 체험자로서 자신의 과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는 최근 청소년을 위한 에세이집 「소년이여 청소년이여」를 펴냈다. 지금은 자신의 마약 체험을 그린 「백색의 지배자」를 집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