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환상 빨리 깰수록 좋다

  • 입력 1997년 1월 14일 20시 22분


『당신이 바뀌기 전에는 같이 살 수 없어요』 『당신이야말로 살림 제대로 못하면 이혼인줄 알아』 강씨(33·회사원)부부는 상담중에도 싸웠다. 아내는 강씨에 대해 「독재, 술, 늦은 귀가」 등등을 얘기하고 남편은 아내가 「무절제해 살림도 못하고 생각도 없다」고 비난한다. 이들에게 왜 결혼했는지를 먼저 물었다. 『나를 편하게 해줄 것 같아서』 이 답속에는 서로가 같은 것을 원할 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들어있지 않다. 이런 경우 내가 원하는 배우자의 모습과 진짜 상대방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강씨 부부는 서로 자기만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자신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산다고 분노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고약한 기분일 때가 많다. 강씨 부부의 더 큰 문제점은 서로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환상을 깨기보다는 그 순간을 어떻게든 모면해 보려는 무의식 속에서 살아온 것이 서로의 골을 깊게 했다. 모든 부부 관계는 어느정도 환상을 갖고 출발한다. 진정한 부부관계는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서로에 대해 느끼는 상대방의 결점은 허상 때문에 생긴 것이다. 강씨 부부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쩌면 허상을 만들어놓고 엉뚱한 기대를 하고있는 것은 아닌지 각자 되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하도록 권유했다. 양 창 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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