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일산E마트 상대 소송내 승소한 이명화씨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尹鍾求 기자」 『주민들이야 고통을 겪든 말든 돈만 벌면 단가요. 2년 가까이 수없이 주차장을 새로 지어 주차전쟁을 없애고 매연을 줄여 달라고 했어요. E마트측은 「혼자 뛰어봤자 소용없으니 잠자코 있어라. 할테면 법대로 하라」며 눈도 깜박 안했어요. 개인의 요구라고 막 찍어눌렀죠. 고압적이더군요. 그래서 법대로 했지요』 이명화씨(39). 잠자코 있는 시민들이 입이 없어 침묵하는 게 아님을 만천하에 고한 「작은 거인」. 그는 지난 3일 E마트 일산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매장을 강추위에 떨게 한 용감한 가정주부다. 1천만원을 청구해 4백만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그는 94년10월 E마트와 왕복 4차로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라이프빌라에 입주한 이후부터 하루종일 소음과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새벽에 물건을 반입하는 대형트럭들의 소음과 매연, 라디오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게 가장 참기 힘들었다. 그는 이러한 고충을 E마트측에 꾸준히 전달했지만 그때마다 건설회사와 물품반입차량 고객 등에게 책임전가만 하더란다. 시민단체에 민원을 내기도 하고 경찰서 구청 시청 등에 수없이 단속을 요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지난해 6월 평생 처음으로 법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용 때문에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했다. 교사경력을 빼면 가정일만 해온 그는 법절차를 몰라 무료법률상담소에 전화문의를 해가며 혼자 소장을 작성하고 재판을 벌였다. 바로 옆집 사람도 소송사실을 모를 정도로 외로운 싸움이었다. 수출업을 하는 남편이 처음에는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말리다 소송과정을 조용히 지켜봐 준 게 그나마 큰 힘이 됐다. 『이번 판결로 받게 된 4백만원은 그 동안의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3년간 저희들에게 주말은 휴식일이 아니라 지옥일이었어요. 심한 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예 친척집으로 「피난」갈 정도였으니까요』 소송결과가 동아일보 1면톱기사로 보도된 이후 그는 이번에는 쇄도하는 격려 취재전화와 방문객을 피하기 위해 또다시 친척집으로 피난을 해야 했다. 『이 판결결과를 동아일보가 크게 다룬 걸 보고 놀랐어요. 시민의 권리를 지켜주려는 편집태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이날 E마트가 당장 주차요원을 늘리는 등 반응을 보였지만 앞으로 근본대책을 세우길 바랍니다. 또 행정당국의 태도변화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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