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62)

  • 입력 1997년 1월 5일 20시 0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2〉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저는 앞에 세 사람이 한 이야기와는 좀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꼽추를 만나기 전에 어제 저는 실로 기이한 사건을 목도했습니다』 재봉사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가 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들어보시고 그의 이야기가 과연 꼽추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지, 그렇지 못한지 여러분 나름으로 판단해보기 바란다. 어제 아침 이른 시간에 저는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갔습니다. 그 자리에는 이 도시에 사는 장인(匠人) 스무 명 가량이 모여 있었습니다. 재봉사 방적공 목수 이발사 대장장이 따위 말입니다. 해가 뜨자 그 집 주인은 더없이 우아한 옷차림을 한 젊은 손님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그 젊은이는 바그다드 태생의 외국인이었는데 얼굴은 더없이 아름답고 풍채도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림 같은 젊은이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애석한 것은 그 아름다운 젊은이가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는 들어오자 저희 일동에게 정중히 인사했습니다. 저희들도 모두 일어나 그를 맞아 자리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려고 하던 그 젊은 손님은 좌중에 이발사가 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그를 붙들며 말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도로 나가려고 하다니,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자 젊은이는 난처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나 여기에는 도저히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끼어 있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저 재수없는 이발장이, 저 얼굴 검은 놈, 저 육실할 놈이랍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몹시 놀라며 말했습니다. 『바그다드 태생인 이 젊은이가 어찌하여 저 이발사를 보자 저토록 화를 내고 당황해하는 것일까?』 그래서 저희 일동도 그 젊은 외국인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이발사를 보고 왜 그토록 화를 내시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젊은이는 자못 흥분된 어조로 말했습니다. 『오, 여러분! 나는 고향 바그다드에서 이 이발사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다리가 부러져 절름발이가 된 것도 순전히 저놈 때문이랍니다. 그후부터 나는 저놈과 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저놈이 사는 거리에선 한시도 살지 않으리라고 맹세를 했답니다. 그때 이후로 나는 고향을 떠나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마침내 이 고장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만, 이제 겨우 하룻밤도 지날까말까 해서 또 저놈과 맞닥뜨렸습니다. 내일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저는 지금 곧 이 고장을 떠날 생각입니다』 젊은이가 이렇게 말했지만 당사자인 이발사는 정작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라도 하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이 흥미로운 상황에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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