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혁명의 진원]「하늘」이 열린다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이제는 하늘이다. 21세기 새로운 방송 통신의 세계는 저 높은 하늘의 위성이 열어간다. 지구 상공을 온통 거미줄처럼 뒤덮은 위성군(群)이 정보통신의 새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길을 걷다가 휴대전화로 지구 반대편의 친구를 부를 수 있다. 북극의 오지에서 휴대전화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요트로 전화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성으로부터 수백 수천개의 TV채널이 쏟아져 내린다. 무한채널의 영상정보가 바꾸어 놓을 21세기 우리의 삶은 어떤 것인가.》 「워싱턴〓崔壽默기자」 미국 워싱턴DC에서 차를 몰아 북쪽으로 40여분 거리인 리스버스의 밋밋한 구릉지대. 지상2층의 평범해 보이는 건물 지하를 이중 삼중의 보안검사를 거쳐 들어서자 돔 모양의 80여평 공간이 나타난다. 현란한 컴퓨터 화면과 각종 기계장치. 그동안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이리듐」(IRIDIUM)사의 중앙통제실(MCF)이다. 7백80㎞ 상공에 떠있는 72개의 통신위성을 손가락 하나로 통제하며 범세계 개인휴대통신(GMPCS) 서비스를 지휘할 「총사령부」다. 「이리듐」사는 거미줄처럼 쏘아올린 위성군을 통해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모토롤라사가 주축이 돼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 14개국 1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범세계개인휴대통신의 국제컨소시엄이다. 중앙통제실의 거대한 화면에는 72대의 통신위성이 거미줄처럼 궤도를 따라 지구를 선회하는 모습이 떠있다. 위성의 궤도정보가 시시각각 계기판에 나타나고 이상여부도 확인된다. 우주 전쟁을 그린 영화 스타워스(별들의 전쟁)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더이상 통신의 사각지대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사하라사막이든 남극과 북극이든 손바닥만한 휴대전화기 한대면 전세계 어느곳과도 24시간 통화가 가능합니다. 문명과 동떨어진 아마존 밀림 깊은 곳에 있는 곤충채집 과학자를 무선호출할 수도 있지요』 시설 안내를 맡은 크레이그 콜리어(컴퓨터엔지니어)의 설명이다. 이리듐 GMPCS서비스는 98년1월부터 시작된다. 2천달러(한화 1백70만원)짜리 휴대전화 한개를 손에 쥐면 지구의 어느 곳에서나 전화를 걸 수 있다. 통화뿐만 아니라 팩시밀리를 주고 받으며 컴퓨터 데이터통신 등이 가능하다. 5백달러(한화 42만원)짜리 전용무선호출기(삐삐)를 차고 있으면 언제 어디든 호출이 가능하다. 미국의 중부도시인 댈러스. 이곳에 본부를 둔 TBS사의 위성TV 주조정실은 또 하나의 하늘을 열고 있다. 이곳은 현재 미주지역에 디지털 위성TV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핵심 거점역할을 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수십개의 채널로 각종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것. TBS사는 향후 전세계 20곳에 공급거점을 만들어 세계를 하나의 시청권으로 묶는다는 전략이다. 지구 전체를 상대로 한 위성방송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TV는 이미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1백80개 채널의 미국 디렉TV 가입자는 현재 2백50만, 1백20채널인 프라임스타는 1백50만명을 넘게 확보해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아날로그 TV의 채널수는 30여개가 한계라고 볼 때 디지털 위성TV는 「무한대」에 가까운 채널을 창조할 수 있다. 일본에서 지난해 10월 첫 전파를 날린 퍼펙TV도 와우와우(WOWOW)라는 기존 아날로그 위성방송을 단숨에 밀어내고 있다. 디지털TV가 같은 마라톤 중계방송이라 해도 자신이 원하는 선수만 골라 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중 JskyB 디렉트TV저팬 등이 가세할 경우 일본 위성TV시장은 디지털로 전면 바뀌어갈 게 확실해지고 있다. 퍼펙TV는 오는 2000년까지 70개, 디렉트TV저팬은 1백10개, JskyB는 1백개의 채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 위성수신 장비가격도 급격히 떨어져 위성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삼성전자 미주연구법인(SISA) 책임자인 鄭憲和(정헌화)이사는 『미국내 위성방송 수신장비(셋톱박스) 가격은 지난94년 평균 7백∼9백달러선에서 96년 2백∼4백달러선으로 3분의 1이상 내려가고 있다』며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신위성방송통신 시대도 이제부터다. 방송 통신용위성인 무궁화1,2호를 발사해 지난해 7월부터 위성TV 방송을 시험하고 있다. 무궁화위성의 통신용중계기 24개중 19개, 방송용채널 20개중 2개가 현재 시험가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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