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인전화」자원봉사 심상남씨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朴重炫기자」 한국노인의 전화에서 만 3년째 노인들의 고민을 전화상담해주고 있는 자원봉사자 심상남씨(40·주부·서울강남구대치동)는 연말연시가 되면 몇차례나 눈물을 글썽이곤 한다. 『연말이라 아들과 손자들 얼굴이 보고싶은데 전화 한통 없다』 『자녀 3남매가 새해에는 서로 나를 맡지 않겠다며 싸우더라』등 이맘때 걸려오는 노인들의 전화에는 가슴을 저미는 사연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심씨는 전화상담외에도 일주일에 하루는 강남구 명화수서복지관으로 찾아가 중풍 뇌졸중 등으로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본다. 『생활보호대상자가 대부분인 이 노인들은 연말이 제일 힘들 때입니다. 돌봐주는 기관이 쉬는 경우도 많고 자원봉사자들도 자기생활에 쫓겨 신경을 덜쓰게 되죠』 그는 이런 생각에 마냥 근심스런 표정이다. 심씨는 포스코에 근무하는 남편 김승한씨(41)가 홍콩주재원으로 파견됐던 지난 89년 현지의 정박아교육 특수학교에 나가 어린이들을 돌봐주면서 자원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15년째 이름없이 장학활동을 해온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93년 귀국해서는 노인관련 봉사활동에 전념하기로 하고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노인교육지도자과정을 2년간 수료했다. 귀국직후 전화상담과 복지관의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심씨는 15년째 시어머니(77)를 모셔온 「착한 며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시어머니가 위암수술을 받으셨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다른 노인들을 돌본다면서 막상 어머니는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같아 괴로웠죠』 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뒤 시어머니는 심씨의 봉사활동의 첫번째 후원자가 됐다. 『나야 너희들이 있지만 외롭고 쓸쓸한 다른 노인은 누가 돌보겠느냐』고 말해주는 시어머니가 고마울 뿐이다. 그는 『자원봉사를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노인의 심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곤 하는데 자기 어머니나 아버지로 생각하고 마음을 열때 비로소 노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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