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능골산 토축…『백제토성이냐 오솔길이냐』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高眞夏기자」 「백제 토성인가, 산등성이에 난 오솔길인가」. 서울 양천구 신정동과 구로구 고척동에 걸쳐 있는 능골산 계남근린공원안의 길이 80m 높이 1.5∼2m의 토축을 놓고 백제유적 논쟁이 붙었다. 논쟁은 강서양천겨레사랑주민회 등 이 지역의 4개 시민단체가 최근 토성 등 백제시대 유적이 있고 이 시기의 유물도 출토된 계남근린공원을 가칭 백제공원으로 가꾸자고 양천구에 건의하면서 비롯됐다. 향토사학자 韓宗燮(한종섭·53)씨는 『토축의 단면에 시루떡같은 층이 나타나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기원전 5년에 백제 온조왕이 쌓았다는 토성의 일부분으로 추정된다』며 『근처에 봉화터가 있고 성안에서 와당 토기파편 등 백제초기의 유물도 발굴됐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27대째 살고 있다는 토박이 高順女(고순녀·61·여)씨는 『마을 어른들이 이 길을 넘나들 때 성넘어 간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성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18대째 살고 있다는 李在雲(이재운·63)씨는 『토축이 전에는 훨씬 높았는데 점점 가라 앉아 성인지 길인지 모르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은 이곳의 역사성을 살려 유적을 보존하고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향토역사관 등을 조성해 휴식과 교육을 겸하는 지역의 구심점으로 삼자고 요구하고 있다. 양천구는 이에 대해 고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이달초 현장을 답사한 서울대 任孝宰(임효재)교수는 『발굴작업을 해보자』는 소견을 밝혔다. 그러나 구청측은 『발굴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뜻인데 뚜렷한 근거도 없는 길에 대해 5천만∼6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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