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태교시집 펴낸 박선우씨 가족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高美錫기자」 서울등촌동 재상이네 집에서는 「무작정」 「막연히」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일을 하든 먼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이 습관처럼 돼버렸다. 매주 토요일이면 재상(등현초등교4) 재준(〃1)형제는 다음주 생활계획표를 짜는데 심혈을 쏟는다. 피아노레슨과 학습지처럼 예정된 일과에다 친구생일 파티나 견학 등 그때그때 생긴 약속을 더해 나름대로 주간단위 스케줄을 작성하는 것. 입학하면서 시작된 이들의 시간관리는 일요일도 마찬가지다. 어디 가서 뭘할지 둘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한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단하루의 휴일이라도 뜻깊게 보내자는 아버지(황우섭·KBS PD)의 지론에 따라 온가족이 다시 출발시간, 목적지에서 할일, 교통편 등 일정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어머니 박선우씨(36)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힘도 얻을 수 있겠지요』 부모역할이란 자녀에게 삶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믿는 그는 최근 아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임신했을 때 틈틈이 적어놓았던 메모를 토대로 태교시집 「또 하나의 나를 기다리며」을 펴낸 것. 『태교란 아기가 들어선 이후부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아기를 가지기전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아내가 편안한 감정을 갖도록 배려하는 남편의 태교도 중요하지요』 새해맞이 10대과제 선정과 가족대화노트도 이집안의 독특한 전통이다. 연초에 식구들은 한햇동안 이루고 싶은 각자의 10대 과제를 정한다. 아이들도 「피아노를 열심히 친다」 「밥을 많이 먹는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쓴다. 또 가족들이 한 공책에 서로에게 하고싶었던 얘기나 그날의 느낌을 글이나 그림으로 기록한다. 엄마가 방송작가로 일하다 영상물 프로덕션을 만들어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빈자리」를 메워주는 것도 바로 이 공책이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한대의 매보다 무서워야 한다는 것도 박씨의 믿음. 그래서 아이에게도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는다. 『너 왜 피아노 안쳐』라고 추궁하기보다 『엄마 생각은 지금 피아노를 연습해두면 저녁 시간에 안쫓길것 같구나』라고 말해준다. 또 친구와 싸운 얘기를 하면 『응 그랬구나, 화가 많이 났겠다』라고 우선 아이의 마음을 감싸준뒤 하고싶은 얘기로 이어간다. 『글뿐 아니라 말의 힘도 크지요. 작은애 말문이 터지면서 형에게 꼭 「형님」으로 부르도록 하고 어른께는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도록 가르쳤어요. 말의 생활이 바르면 정신과 일상적 삶도 바르게 된다고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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