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신혼조루]『늦춰야 한다』 압박감이 문제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결혼한지 2년이 된 변호사 L씨. 그는 아내가 거의 8개월동안 잠자리를 거부했다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조루가 원인이라고 했다. 삽입 후 보통 2분만에 사정을 했고 그 후에 아내는 등을 돌려 누워버리거나 화가 난 표정을 짓곤하였다는 것이다. 안절부절못한 L씨는 아내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형태로도 음핵을 자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직 성교를 통해서 느끼는 오르가슴만이 정상적인 것으로 고집했다. L씨는 아내에게 끼친 감정적인 고통과 자기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압박감 때문에 죄의식에 사로잡혀 얼마 후부터 성행위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극도로 불안해지고 민감해진 남편은 이제 아내의 섹스거부가 조루보다도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간단한 성기능장애인 조루가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성기피증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전희나 음핵의 자극으로부터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빠른 사정자체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의 여성만이 삽입하고 있는 동안에만 오르가슴을 느낀다. 이런 여성들은 삽입의 시간이 짧으면 몹시 실망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성교를 통해 느끼는 오르가슴만이 최고」라는 신화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조루에 대해 낙담하고 비참하게 생각하는 예민한 여성들이 너무 많다. 자기에게 무관심하고 적대적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은 대개 나이 마흔이 넘어서 문제가 되는 반면 조루는 결혼 초기부터 바로 문제가 되어 결혼생활에 직접적인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 조루의 경우 결혼 후 2, 3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 후에는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 여성불감증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경쟁적이거나 성취욕에 빠진 남자들이 성생활 실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사정을 억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느라고 사랑행위에서의 미묘한 맛을 잃고 만다. 많은 사람이 조루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료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고 뭔가를 시도해보려 하지 않는다. 성기능 장애에 빠진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또 이런 일을 주위 사람과 상의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조루는 전문의를 찾아 치료해야 하는 것이지 기다린다고 결코 낫는 것이 아니다. ☎ 02―512―1101,2 설 현 욱〈성의학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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