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러 블라디보스토크]한국「처녀라면」인기최고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6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우리나라 도시락라면의 인기는 엄청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연해주 일대는 물론 하바로프스크 캄차카 마가단, 심지어 동시베리아 내륙 깊숙이까지 한국라면이 들어가 있다. 연해주에서는 도시락라면 한 개에 4백50원선이고 마가단 캄차카같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는 개당 6백원선에 팔린다. 러시아인들이 도시락라면을 즐기는 이유는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있으면 한 끼 식사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다른 음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연금생활자나 극빈생활자들이 현재와 같은 물가고에서는 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싼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라면중에서도 한글 상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팔도 도시락라면의 인기가 높다. 상표가 무엇인지 도시락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소비자들은 이 라면을 찾는다. 맵고 독특한 수프맛이 러시아인들의 입에 맞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못지않게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용 모자를 쓴 예쁜 아주머니가 라면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면을 수입하기 위해 무역관을 찾는 바이어들은 도시락라면을 찍어서 찾는다. 하지만 도시락이라는 한글을 몰라 예쁜 여자 사진이 이런저런 모양으로 들어 있는 라면을 수입하고 싶다고 길게 설명하곤 한다. 러시아인들의 눈에는 이 여자가 「아주머니」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소비자들도 라면을 살 때 「처녀라면」을 달라고 한다.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처녀라면 주세요』 『여자 사진이 들어 있는 라면 주세요』 외에는 달리 부를 이름이 없다. 라면을 한두 번 팔고 말 일이 아니라면 현지인들이 쉽게 부를 수 있도록포장에 도시락이라고 러시아어를 함께 표기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광 희<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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