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어미새 둥지…」 12일부터 문예회관서 공연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鄭恩玲기자」 중견소설가와 시인들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2일부터 4일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문인들이 대본과 연출 연기까지 도맡은 창작극 「어미새 둥지에서 새끼들 날려보내다」가 문학의 해 마지막 행사로 공연되는 것. 문인극 「어미새 둥지에서 새끼들 날려보내다」의 대본은 극작가 이근삼씨(67)가 썼다. 연출가는 「옛날 옛적에 훠어이훠어이」 이후 15년만에 일선 연출에 나선 차범석씨(72). 연기자 중 최고령자인 조경희 전 예총회장(78)은 주인공 현학진(유현종 분)의 처형인 「로맨스 그레이」 이모역을 맡아 춤추고 노래부르며 시인 황금찬씨(78)는 20년 연하의 후배 유현종씨의 둘째사위역할을 맡았다. 주인공을 맡은 소설가 유현종씨와 친구역의 김국태씨를 제외하고는 소설가 김이연 강난경 오정인 이광복씨, 시인 윤강로 김종제 이승철씨 등 출연진 전원이 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신인배우들이다. 「어미새…」는 요즘 한창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명예퇴직 가장이야기. 6.25 때 혈혈단신 월남해 중견기업의 전무에까지 오른 현학진은 느닷없이 명예퇴직자가 됐지만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이를 눈치챈 처남 오풍(고성의 분)은 흩어져 사는 현학진의 1남6녀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병으로 「시한부선고」를 받았다며 마지막 생일을 차려드리자고 거짓말을 하는데…. 유현종씨는 『문인의 창작은 철저히 밀실에 혼자 틀어박혀야 하는 일인데 비해 연극은 팀워크가 생명인 작업인만큼 새롭게 배우는 바가 적지 않다』며 『내가 쓴 시나리오로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것 투성이지만 막상 내가 연기를 해보면 그 고충을 십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인들의 배우변신이 이색적이기는 하지만 「어미새…」가 첫 문인극은 아니다. 72년 공연된 「달리는 바보들」을 시작으로 74년 「양반전」, 83년 「환상부부」, 85년 「춘향전」까지 네번의 공연이 있었던 것. 이중 문단 원로인 황순원 최정희 박영준씨가 출연했던 「양반전」은 지방공연까지 나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연일 5시간 이상의 강훈련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출연문인들은 『모쪼록 이 연극이 「문학의 해」를 마감하는 독자와 문단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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