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24)

  • 입력 1996년 11월 25일 20시 20분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31〉 애리의 입술은 입술산이 뾰족해서 꽤 귀엽다. 『언니, 아까 핸드백 살 때 말야. 점원이 매장에는 없지만 창고에 가면 갈색이 있다고 갖다준다고 하니까 언니는 그냥 거기 있는 검정색으로 사겠다고 그러더라. 검정색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으면서 말야. 그렇지?』 『검정색도 나쁘진 않았어』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뿐이야. 언니, 그런 식으로 물건 고르면 평생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갖긴 틀렸어. 그리고 그걸 보고 또 한가지 느낀 게 있는데, 언니는 남자를 오래 안 기다리지?』 『그건 또 왜?』『참을성이나 이해심이 없어서가 아니고, 포기가 빠르기 때문이야. 안 그래?』 『그런 것도 같다』 『그건 또 왜 그러냐 하면, 상처를 안 받으려고 하는 거고』 『강애리!』 마침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었기에 나는 교차로에 차를 세우고 한숨을 한번 쉰 다음 애리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언제 갈 거니?』 『어디를?』 애리의 눈이 둥그레진다. 『너 당분간만 있겠다고 온 거야. 갈 때 안 됐어? 어제 어머니 만났다고 했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상의 안 했니?』 『응, 했어. 언니하고 사는 게 너무 편하다고 했더니 이번주에 우리 집으로 한번 들르겠다고 하더라』 가족이란 이런 게 문제다. 풀포기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잡아당기다 보면 뿌리가 고목나무 밑동까지 이어져 있다. 이미 흙에서 뽑혀나와 허옇게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을 차마 그대로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뿌리까지 뽑으려 하다가는 어깨가 빠질 지경이 된다. 『그리고 말야. 언니가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빨리 인사를 시키래. 아무리 남의 집 식구가 되었지만 엄마는 엄마잖아』 내 눈앞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현석의 어머니가 그려진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혼자 현석을 낳아 키웠으며 포목상을 하여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는 것, 인물이 고와서 좋은 재취자리가 많았지만 끝내 홀몸으로 살았다는 것, 그리고 외아들 말고 마음을 붙이는 것이라고는 교회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암으로 드러누운 뒤부터는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다는 것 정도다. 반면 나의 새어머니는 재취로 쳅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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