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PC통신에선]불시 소지품검사

  • 입력 1996년 11월 25일 20시 17분


▼다수의 선한 학생 사생활 침해…기분나빠▼ 「소지품 검사한다」는 풍문이 뜨면 교실은 아연 전쟁터가 된다. 여기저기 물건들을 숨기느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기 때문이다. 삐삐는 으레 팬티 속이 제자리다. 검사가 시작되면 괜히 죄인이라도 된 느낌이다. 끝나고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다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등교할 때마다 한차례씩 각오를 다진다. 행여 소지품 검사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해서다. 가방과 주머니를 마구 뒤지고 들키면 두들겨맞고 물건까지 빼앗긴다. 게다가 일기장이나 편지 지갑 수첩까지 검열받는 건 열받는 일이다. 학생에게도 인격이 있고 비밀이 있는 법인데 분명 인권모독이고 사생활 침해 아닌가. 물론 「나쁜」 물건을 갖고 다니는 학생도 문제다. 하지만 「불순분자」라야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인권까지 무시해도 되는가. 더구나 소지품 검사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적발돼 몇대 쥐어박히고 반성문 쓴다 한들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다람쥐 쳇바퀴돌듯 반복될 뿐이다. 문제를 근원부터 해소할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죽기살기로 교과서만 파고드는게 학교공부여야 하는가. 학생들에게도 개인생활이 있는 법이다. 싱싱한 젊음을 억압만 해서는 안된다. (유니텔ID·climax78·suyfj) ▼금지품 갖고오는 경우 많아 교육상 불가피▼ 선생님들이라고 좋고 신나서 소지품 검사를 하겠는가. 냄새나는 가방, 학생들의 죽일듯한 눈초리, 안그래도 바쁜데 시간을 들여서까지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사는 필요하다. 여럿 모이면 모방심리나 영웅심리가 발동한다. 만화책 한 권이 교실을 돌고돌게 마련. 휴식종 치자마자 너도나도 워크맨 꽂고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해보라. 우쭐거리며 담배 한개비씩 들고 화장실로 줄지어 간다 해도 선생님은 관대해야 하는가. 『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이다. 검사를 해도 적발되는 게 없다면 싫은 얼굴을 할 필요도 없다. 학교에서 금지하는데도 굳이 가져오는 청개구리 심사는 또 뭔가. 문제가 있는데도 검사를 안한다면 그야말로 선생님의 직무태만이다. 그렇다고 미리 알려주고 하는 형식적인 소지품 검사야 곤란하지 않은가. 학교도 하나의 공동체이고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금지한다면 갖고 다니지 말자. 더구나 다른 학우들이 느낄 상대적 열등감도 배려해야 한다. 이기주의만 앞세울 일은 아니다. 물론 사회가 자유로워지고 개방되기는 했다.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인격모독이니 사생활 침해니 하고 따져서야 될 일인가. 우리의 사제관계가 그렇게 삭막해서는 안된다. (유니텔ID·huffduff·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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