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여학생 화장-귀고리 예사…갈수록 순수함 잃어

  • 입력 1996년 11월 22일 20시 22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어느날 외견상 20대 중반쯤 될 것 같은 아가씨가 엄마와 함께 병리검사를 하러 왔는데 얘기하는 품이 철이 없는 듯해 나이를 물었다. 이제 겨우 열여섯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엷은 화장에 머리를 염색하고 귀와 손가락에 액세서리를 하고 있어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어머, 학생이 어떻게 귀고리를 하고 다녀요』했더니 『요즘 학생들은 다 그렇다』면서 그 어머니도 못 말린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또 토요일 오후나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 오후가 되면 여학생들이 짝을 지어 책가방과 큰 종이가방을 들고 화장실에 함께 들어가곤 한다. 가만히 지켜보면 들어갈 때의 교복은 온데간데 없고 정장으로 빼 입고 화장까지 하고 나오는 것이다. 여학생들이 들어갔다 나온 화장실 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간혹 마약을 맞기 위해 사용했던 주사기도 발견된다. 한번은 초음파 검사를 하러온 아주머니가 하소연을 했다. 고2년생 아들이 있는데 여름방학때 중국 수학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더란다. 가정형편상 안된다고 하자 아들은 1백만원이 넘는 수학여행비를 위해 저녁엔 패스트푸드점에 다닌다는 것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순수함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두렵고 안타깝다. 요즘 X세대들은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욕구를 충족시키고 만다. 물질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그들이 성인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걱정된다. 박소진(인천 동구 송림동 56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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