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21)

입력 1996-11-22 18:45수정 2009-09-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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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11〉 오른손이 없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카이로에 도착한 나는 대상 객주에 여장을 풀고 물건을 맡겼습니다. 이튿날 아침 나는 시장을 돌아보고 시세를 알아보려고 노예 서너 명에게 물건을 지우고 교역소를 찾아갔습니다. 내가 온다는 소문을 들은 거간꾼들이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물건들을 집어들고 경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좀체 값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다소 난처해 하고 있으니까 거간꾼 두목이 말했습니다. 「여보, 도련님, 당신의 물건들을 일정기간 외상을 놓으십시오. 물론 공증인한테 부탁하여 정식 증인의 서명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해서 말입니다. 돈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환전꾼을 시켜 수금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한 디르함에 두 디르함 이상의 이익이 생길 것입니다. 그 사이에 당신은 카이로나 나일강을 구경하면서 즐기십시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습니다. 물건들을 일일이 시장으로 가져와 경매에 부치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편하고 이익도 많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거간꾼들을 데리고 대상 객주로 돌아왔습니다. 나의 물건을 인수한 거간꾼들은 교역소로 가 값을 적은 증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는 그 증서를 금융업자인 환전꾼에게 맡기고 영수증을 받은 다음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한 달 동안 그곳에 머물며 아침마다 포도주 한 잔을 마시고, 점심과 저녁은 비둘기고기며 양고기 과자 같은 것을 먹고, 식사가 끝나면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지냈습니다. 이윽고 증서의 기한이 찬 것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으므로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교역소에 나갔습니다. 환전꾼은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수금을 하여 정오의 기도 시간이 지날 무렵에 나에게로 가져오곤 했습니다. 나는 그 돈을 셈하여 자루에 넣은 다음 봉인을 해가지고는 숙소로 가져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바드르 알 딘 알 보스다니라는 상인의 가게로 가서 한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너무나도 훌륭한 옷차림을 하고 우아한 자태를 한 젊은 여자 한 사람이 찾아왔답니다. 그녀는 비할 데 없이 화려한 머리 장식을 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면서 기품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나를 보자 베일을 살짝 들어올리고 흘끔 내쪽을 돌아보았는데 그 순간 내가 본 그녀의 눈은 호수같이 깊고 진주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눈을 보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했고, 가게 주인 또한 그녀에게 인사를 하며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맑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같았고, 나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순금 실로 짠 천이 있습니까?」 그녀는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이렇게 묻는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순금 실로 짠 천보다 백 배 천 배 아름다웠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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