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02)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30분


제5화 철없는 사랑〈41〉 그러자 아니스 알 쟈리스는 누르 알 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오, 야속한 분!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않고 당신은 가버리시렵니까?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제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이별의 말이나 내 마음 속을 털어놓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난 그녀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에 애태우는 이 몸, 병들 조짐인들 없을까보냐. 「곧 낫겠지」하지 말아라, 말로는 낫지 않는 나의 이 시름. 눈물로 헤엄칠 수 있다면 이 눈물, 헤엄쳐서 건너리. 술에 섞이는 물과 같이 마음에 배어드는 그대의 사랑. 두려워 마지 않는 이 이별, 아, 마음 속 깊은 곳에 깃들이는 그대! 아, 나의 그리운 빈 하칸이여! 아, 이 마음 바친 나의 임이여! 고국을 등지고 타국 땅을 헤매고 다니는 것도 모두 이몸 때문이라네. 그러나 후회하지 마세요, 그건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랍니다. 노래를 마치자 여자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누르 알 딘 또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교주는 여자에 대한 애착이 한층 더해졌지만 두 젊은이 사이를 떼어놓기가 애처로웠다. 그래서 교주는 젊은이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젊은 분. 그런데 이 여자분 노래 속에 당신이 이 여자 때문에 고국을 등졌다는 말이 있던데, 어디 그 경위를 나한테 들려주시지 않겠소?』 그러자 누르 알 딘은 말했다. 『진정이지 세상에도 희한한 일이 우리한테 닥쳐왔답니다』 그러자 교주는 외쳤다. 『어디, 당신의 신세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알라의 구원은 항상 가까이 있는 법이니 어쩌면 당신도 구원을 받을지도 모르지요』 그리하여 누르 알 딘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영원한 순례자이신 어부여, 이 나그네는 한때 바소라의 대신 알 화즈르 하칸의 외아들로서 더없는 행복 속에서 살았답니다』 누르 알 딘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어부 차림을 한 교주는 내심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젊은이가 다름 아닌 바소라의 명 대신 알 화즈르 하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알 화즈르 하칸의 행적과 명성에 대해서는 교주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주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 행복했던 시절 어느 날 나는 이 여인을 만났고 우리는 철없는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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