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노장스타 왜 은퇴하나』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25분


며칠전 평소 친분이 있는 코미디언 이상해씨를 만났다. 그는 대뜸 『OB 박철순과 LG 정삼흠같이 아직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왜 은퇴를 해야만 하느냐』고 다짜고짜 따지고 들었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자기처럼 50줄에 접어든 올드팬들은 얼굴도 이름도 생소한 신인선수보다는 10년 이상을 줄곧 지켜본 대스타들의 원숙한 플레이가 훨씬 재미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요즘 5승도 채 못 올리는 신인투수에게조차 억대 계약금을 주는 마당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10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이들 두 베테랑을 은퇴시키는 것은 구단의 성급한 판단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나는 그순간 당황해서 『이제 그들은 팀내에서 효용가치가 떨어지는데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은퇴의 길을 택한 것같다』고 둘러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듣고 보니 그랬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도 걸음마 수준에서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구단이 1,2승을 더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지난 한국시리즈때 일어난 「심판 파동」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다.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두 팀은 1승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친 승부욕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해태는 「돈 많은 구단」 현대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심판들과 현대도 해태의 이런 반응에 과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해태는 사상 첫 여덟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지만 현대와 심판으로부터는 박수를 받지 못하는 「찜찜한 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큰 것을 놓치고 작은 것만 챙긴 데서 비롯된 서글픈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하 일 성〈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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