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주자들이 쓰는 돈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5분


차기 대선(大選)후보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엄청난 활동자금을 쓰고 있다는 신한국당 崔秉烈의원의 발언은 그냥 스쳐듣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崔의원이 특정인을 지목하거나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으나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러기에 관심은 그들이 얼마나 돈을 쓰느냐보다 어디서 돈을 조달해 쓰고 있느냐에 쏠린다. 정치와 돈은 항상 따라다니지만 모두 감추려 들기 때문에 그 실체가 투명하게 밝혀지는 경우는 드물다. 얼마전 신한국당 姜三載사무총장이 과거 집권당의 자금 조달경로를 내비쳐 곤욕을 치른데서도 보듯 돈문제는 정치인들에겐 항상 뜨거운 감자노릇을 해왔다. 이런 마당에 여당의원이 이른바 대선주자들의 돈문제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했으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정치개혁의 핵심은 부정한 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정당이나 정치인 개인 후원회를 통해서만 자금을 만들어 쓰며 일체의 검은 돈을 배격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스스로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구현하겠다는 노력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출처도 알 수없는 돈을 쓰고 다녀 국회에서 지적받을 정도이니 개탄스럽다. 崔의원의 발언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나와는 무관한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많은 보좌진을 거느리고 돈드는 행사를 스스로 만들거나 얼굴을 내민 인사들조차 남의 얘기하듯 넘기려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그래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좀더 성의있게 입장을 밝히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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