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프로야구 8개 구단중 가장 「군기」가 센 팀은 해태. 거칠지만 사내
답고 승부근성이 강한 선수들을 키워낸 것도 바로 군기였으며 이는 철저한 선후배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해태의 최고참 선수는 감독 이상으로 선수들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수행한다
. 말수가 적은 김응룡감독이 일일이 지적하지 않아도 고참의 「무언의 지휘」가 있
기 때문에 팀이 제대로 돌아간다.
해태의 「큰 형님」은 이순철(35). 그 뒤로 이건열(33), 이호성(29) 등이 버티고
있다.
프로 12년차 이순철은 이번이 개인 통산 7번째 맞는 한국시리즈. 전문가들이 이구
동성으로 해태의 우세를 점친 것도 해태의 경험 많은 고참들의 활약을 기대했기 때
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들의 활약은 신통치 않았다. 이순철은 5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 이호성은 13타수 1안타. 그나마 이건열만이 13타수 3안타로 체면치
레를 했을 뿐.
믿음을 주어야 할 후배들 보기가 민망스러웠고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침내 5차전. 이호성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홈런을 뿜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
고 이순철도 한국시리즈 14타수만에 첫 안타를 때려냈다.
현대는 「군기」 대신 생동감 넘치는 「자율」이 지배하는 팀. 어느 팀보다 선후
배간의 서열보다 「실력」이 중요시된다.
현대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참 윤덕규(33)가 16타수 5안타로 팀내 주전 선수
중 유일하게 3할대(0.313)타율을 기록했으며 중고참 김인호(29)가 19타수 5안타(0.2
63)로 분전했다.
그러나 박재홍(23) 박진만(20) 권준헌(25) 손차훈(26) 등 쟁쟁한 신예들의 방망이
가 침묵하고 있다.
박재홍은 6차전까지 19타수 1안타에 타율이 0.053, 박진만은 16타수 2안타(0.125)
, 손차훈은 8타수 무안타.
고참이 잘해야 이기는 해태와 후배가 잘해야 이기는 현대. 약속이나 한 듯 핵심
선수들이 부진한 양팀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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