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오전, 오후, 지옥훈련… ‘약체’ 우리은행 15번째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7일 03시 00분


박혜진-박지현 등 주축선수 이적
공격 대신 수비조직 강화 ‘리빌딩’
최고참 김단비, 득점-리바운드 1위
위성우 감독 “선수들 잘 참고 이겨내”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KB스타즈와의 방문경기 승리로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한 한엄지의 유니폼과 ‘엄지’라고 적힌 작전판을 들고 김단비 뒤에서 환호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박혜진(35)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BNK로 이적했다. 2018∼2019시즌 신인왕 박지현(25)은 뉴질랜드 리그로 진출했다. 최이샘(31)은 신한은행, 나윤정(27)은 KB스타즈로 팀을 옮겼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주축 선수들의 잇단 이적으로 이번 시즌 계획에 없던 ‘리빌딩’을 해야 했다. 당연히 기대치는 낮았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6개 팀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승 후보 설문 조사’에서 우리은행은 4위에 그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우승은 역시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16일 열린 KB스타즈와의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최종 6라운드 방문경기에서 46-44로 이겼다. 21승 8패가 된 우리은행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BNK(18승 10패)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려 남은 정규리그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통산 15번째 우승이다.

우리은행은 ‘명장’ 위성우 감독(54·사진)이 지휘봉을 잡은 2012∼2013시즌 이후에만 10차례 정상에 올랐다. 위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말이 안 되는 우승이다. 믿을 건 훈련뿐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참고 이겨내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우승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치로 보면 설명하기 힘든 우승이다. 이날 현재 우리은행의 평균 득점은 59.5점으로 6개 팀 가운데 4위다. 2점슛 성공률(41.9%) 4위, 3점슛 성공률(26.4%)은 5위다. 평균 도움도 12.2개로 꼴찌다.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약한 공격력을 수비 조직력으로 이겨냈다. 이날 현재 리그 최소 실점(평균 57점)을 기록한 팀이 우리은행이다. 블록슛(평균 3.1개)은 1위, 가로채기(평균 7.4개)는 2위다. 전문 센터가 없는데도 리바운드(평균 39개)에서는 3위에 올랐다.

위 감독 특유의 ‘지옥 훈련’을 선수들이 잘 버텨낸 덕분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비시즌에 진행된 새벽, 오전, 오후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선수들이 팀 전술에 빠르게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 위 감독도 예전보다 디테일한 주문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에이스 김단비(35)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위 감독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는 김단비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다했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최선을 다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최고참 김단비는 팀에서 가장 많은 시간(평균 출전 시간 36분 53초)을 뛰면서 득점(평균 21.82점)과 리바운드(평균 11.04개) 모두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블록슛(평균 1.57개)과 가로채기(평균 2.14개)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단비는 “꿈같은 우승이다. 꾸준히 열심히 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우리 팀이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PO)에서 통산 1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위 감독은 “PO에서 어떤 팀을 만나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자프로농구#우리은행#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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