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멀리 날아가 디테일 승부 감소” “장타 줄면 흥행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USGA-R&A “골프공 비거리 제한”
2028년부터 현재 골프공 사용 못해… 시속 201km 스윙 스피드로 쳤을때
비거리 317야드 넘으면 규정 위반… 적용땐 男 비거리 9∼11야드 짧아져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28년부터 골프 공 비거리를 지금보다 줄이기로 기준을 정했다. 기존대로면 미국골프(PGA)투어에서 뛰는 남자 선수들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9∼11야드 짧아지게 된다. 사진은 ‘장타자’ 브라이슨 디샘보의 드라이버샷 모습. AP 뉴시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28년부터 골프 공 비거리를 지금보다 줄이기로 기준을 정했다. 기존대로면 미국골프(PGA)투어에서 뛰는 남자 선수들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9∼11야드 짧아지게 된다. 사진은 ‘장타자’ 브라이슨 디샘보의 드라이버샷 모습. AP 뉴시스
골프에서 드라이버 300야드(약 275m)는 ‘장타자’의 기준이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00야드 이상 장타자는 모두 98명이었다. 하지만 2028년부터는 300야드 벽을 넘는 골퍼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골프의 규칙과 골프 장비 성능 등에 관한 룰을 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골프공 비거리 성능을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두 단체는 지금 쓰이고 있는 골프공 비거리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성능 규정을 정하고 2028년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시속 125마일(약 201km)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 317야드를 넘어가는 공은 규정 위반이 된다. 현재 프로 선수들이 쓰고 있는 공 대부분이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2028년부터 새 규정을 적용받는 골프공을 사용할 경우 PGA투어 선수들의 비거리는 대략 9∼11야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 선수들에 비해 스윙 스피드가 느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은 평균 5∼7야드 정도 드라이브 거리가 짧아지게 된다.

USGA, R&A 두 단체는 당초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새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가 입장을 바꿔 2030년부터 아마추어들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남자 주말 골퍼들은 드라이브 비거리가 3∼5야드, 여자 골퍼들은 1∼3야드 덜 나가게 된다.

새 골프공 규정을 두고 골프계에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골프의 미래를 생각하면 골프공 성능을 줄이는 게 맞는다고 주장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장타자 골퍼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인 찬성파다. 골프공 비거리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골프공 비거리 증가에 따라 골프장 코스 길이가 길어졌고 경기 시간도 늘었다. 골퍼들이 디테일한 기술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비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양한 클럽을 사용한 전략적인 코스 공략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승부의 박진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 완 USGA 대표는 “너무 급진적인 정책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골프의 미래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타가 줄어들면 골프의 재미와 매력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비거리가 조금이라도 덜 나간다는 건 주말 골퍼들에겐 재앙과 같다. 골프 흥행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역 선수 중 세계 최고 장타자로 평가받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더 멀리 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큰 핸디캡이다. 골프공 비거리 제한은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골프공 제조 회사들은 향후 추이를 살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프로 선수가 쓰는 공을 주말 골퍼도 똑같이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프로용과 주말골퍼용을 따로 만들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는 새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usga#r&a#골프공 비거리#제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