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한국 방송사 월드컵 송출 권한 양도 받아 북한에 제공”

북한 조선중앙TV의 카타르 월드컵 녹화중계 방송 장면. 지난 23일 프랑스와 호수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방영했지만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광고는 모두 가렸다. (조선중앙TV 갈무리)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반도 전역에 대한 중계권을 갖고 있는 한국 방송사로부터 송출 권한을 양도 받아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6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FIFA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 계약 현황’ 자료에는 한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분류돼 있으며 양쪽 모두 한국 SBS 방송이 중계권을 갖고 있는 상태다.

두 지역 모두 중계권 계약 주체는 SBS 방송이고 이를 한국의 다른 지상파 방송인 KBS·MBC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한국 지상파 방송사 단체인 한국방송협회(KBA)는 VOA에 “과거부터 월드컵 중계권 계약은 한국의 방송사가 한반도 전역에 대한 권리를 갖는 형식으로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번에도 FIFA로부터 한반도 중계권을 획득한 SBS 방송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월드컵 중계 방송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갖는 셈이다.

이어 KBA는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방송사를 제외한 누구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내로 월드컵 경기 방송을 송출할 경우 중계권을 가진 SBS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하며 허가 없는 중계 방송이나 영상 사용은 모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경우에는 “북한의 월드컵 중계 방송에 대해 SBS 방송이 FIFA에 중계 권리 침해에 대한 소송이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양해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FIFA는 한국 방송사의 이 같은 양해를 바탕으로 북한에 월드컵 중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KBA는 설명했다.

SBS 관계자는 VOA에 FIFA 측의 요청에 따라 SBS·KBS·MBC 등 한국의 지상파 3사가 합의해 북한 내 중계에 대한 권리를 FIFA에 양도했다면서 “대승적이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것이 한국 방송사가 북한을 대리해 중계권을 계약하거나 북한에게 직접 중계 권한을 양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FIFA로부터 제공받는 권리는 월드컵 중계 방송 송출에 대한 권리일 뿐 영상 사용에 대한 권리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영상 사용에 대해 해당 방송사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불법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한편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북한은 과거에도 방송 관련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경기를 중계방송 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로부터 무상으로 중계권을 제공받아 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