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월드클래스 확실… 우린 응원만하면 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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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축구공을 밟고 활짝 웃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수석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출을 도왔던 그는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탈바꿈시켜 ‘베트남 축구 영웅’이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축구공을 밟고 활짝 웃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수석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 창출을 도왔던 그는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탈바꿈시켜 ‘베트남 축구 영웅’이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계 최고 리그의 득점왕 출신을 월드클래스(World Class)라고 안 하면 누가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요?”

최근 일고 있는 손흥민(30·토트넘) 월드클래스 논란에 대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3)이 명확하게 답을 줬다. “전문가 입장에서 세계 최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에 올랐다는 것, 그것도 페널티킥 한 개 없이…. 이걸 월드클래스라고 하지 않으면 누가 이 범주에 들 수 있겠나. 손흥민의 현재와 기록이 월드클래스라고 말해 준다”고 했다. 박 감독은 “선수 본인에게 묻는다면 한국 정서상 겸양할 수밖에 없다. 자꾸 쟁점화하면 선수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논쟁은 그만하고 응원만 해주자”고 했다. 손흥민 월드클래스 논란은 아버지 손웅정 씨가 “흥민이는 아직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했고 손흥민도 아버지의 말에 동의하면서 촉발됐다. 팬들과 모든 전문가들이 월드클래스로 여기고 있는데 정작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슈가 된 것이다.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박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월드컵 4강 다시 못 할 이유가 없지 않나? 결승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석코치로 ‘4강 신화’를 도왔던 박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20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항상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20년 전과 달리 손흥민을 비롯해 빅리그에서 오래 경험을 쌓고 입지를 다진 선수들이 많다. 한국 축구 시스템도 많이 발전했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한 파울루 벤투 감독(53)의 국제 축구 흐름에 맞는 정보력 등과 잘 어우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감독은 100세가 되는 어머니의 생일잔치 등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귀국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감독은 100세가 되는 어머니의 생일잔치 등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귀국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 감독은 A매치 일정 탓에 지난달 열린 한일 월드컵 2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거스 히딩크 감독(76)을 못 만난 게 아쉽다고 했다.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게 선진적인 축구 시스템, 지도 철학 등 많은 걸 배웠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4강도 경험했다.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영광스러운 추억’은 2017년부터 베트남으로 이식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축구 변방이던 베트남의 사령탑을 맡아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아경기 4강이라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며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해 말 열린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도 견인했다. 올 5월 동남아시아의 종합스포츠 축제인 동남아시아경기(SEA) 축구에서 정상에 올려놓으며 2019년에 이어 SEA 2연패를 한 베트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됐다.

부임 초기만 해도 전임 외국인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이 1년도 안 돼 ‘한 해만 잘 버티자’가 목표였던 박 감독은 장기 집권하며 베트남 축구의 색깔을 바꿔 가고 있다. 탄수화물 일색이던 선수단 식단을 단백질 지방 등이 골고루 들어간 영양 식단으로 바꿨고, 감독이 다 해야 했던 업무도 전력분석, 의료, 트레이닝 파트 등으로 분화시켰다. 내년 1월 계약이 만료돼 10월부터 재계약 협상을 해야 하는 그는 “계약 기간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시간 동안 아직 체계가 덜 잡힌 선수 발굴과 육성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귀국해 한국 나이 100세가 되는 어머니의 생일잔치 등을 준비하며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박 감독은 21일 베트남으로 떠난다. 9월 모친의 생일 등을 맞아 휴가를 요청한 박 감독의 애틋한 효심을 전해 들은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한글로 ‘백순정 여사님 만수무강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글귀와 장수의 의미인 ‘壽’(오래 살 수)자가 새겨진 액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손흥민#한국 축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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